일본, 1945년 폭침 ‘우키시마호’ 한국인 탑승자 명부 한국에 제공
일본 내부 조사 마친 19건 우선 전달
일본에 강제동원된 한국인 탑승
사망자 숫자 엇갈려 은폐 의혹
일본 정부가 1945년 폭침으로 침몰한 우키시마호의 승선자 명부 75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키로 했다. 우키시마호에는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탑승해 있었다. 침몰로 사망한 한국인 숫자를 두고 일본 정부의 발표와 유가족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일본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번 탑승자 명부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5일 일본 측으로부터 내부 조사를 마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19건을 우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한국인 승선자의 구체적인 숫자는 파악 중이다. 일본은 나머지 명부도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키로 했다. 명부에는 한국인 탑승자의 이름, 생년월일 등 인적 사항이 담겼다.
앞서 지난 5월쯤 일본 언론인이 탑승자 명부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일본 정부는 인적사항을 가린 채 승선자 명부를 일부 공개했다. 이어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은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명부 관련 질의에 “승선자 등의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70개 정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명부들은 배에 비치된 탑승자 명부가 아니라, 사고 후 조사를 거쳐 작성된 명부라는 입장이다. 배에 비치된 명부는 침몰로 인해 소실됐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승선자 명부를 ‘승선 때 작성해 배에 비치한 것’으로 규정, 침몰로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명부와 유사한 문서도 밝히지 않았다.
해군 수송선인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22일 귀국하려는 강제동원 한국인들을 태우고 아모모리현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이틀 뒤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발했고, 승선자 3700여명 가운데 5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생존자와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7500~8000명 가운데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사고 후 수년 동안 선체를 인양하거나 유해를 수습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생존자와 유족들은 1992년 일본 정부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을 문제 삼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2004년 패소했다. 한국 정부도 2005~2010년 진상조사를 진행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사망자 숫자 등이 부정확하다는 점을 파악했지만 자료 부족으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번에 확보하는 선승자 명부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단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승선자 명부를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정부는 이번 명부를 피해자 구제 및 사건의 진상파악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근거자료 부재 등으로 위로금 지급 신청을 기각·각하 당한 희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 재심의 등에 이번 명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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