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시마호' 조선인 승선자 명부 없다던 일본, 정보공개에 한국에 일부 넘겨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4일 재일 조선인 노동자들을 태운 우키시마마루(浮島丸·이하 우키시마)호가 폭발하면서 수천 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그간 탑승자 명부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온 일본 정부가 자국 내 정보공개청구에 의해 결국 명단을 공개했는데, 외교부가 이 명단을 일본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5일 외교부는 "그간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입수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교섭을 거친 결과 일측으로부터 승선자 명부 일부를 제공 받았다"며 "일측은 내부조사를 마친 자료 19건을 우리측에 우선 제공하였으며, 여타 자료에 대해서도 내부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해당 명부를 피해자 구제 및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 파악을 위해 활용하겠다면서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근거자료 부재 등으로 위로금 지급 신청을 기각‧각하 당한 희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 재심의 등에 동 명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명부에는 희생자분들의 개인정보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바, 국내법령에 따라 정보를 열람 또는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조선인 노동자를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일본 해군 수송선이다. 이 선박은 1945년 8월 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당시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기뢰를 건드려 폭발했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시켰고 승선자 7000여 명 가운데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사고 후 일본은 수 년 간 선체를 인양하거나 유해를 회수하지 않아 의혹을 키워왔다. 또 탑승자 명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탑승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던 중 일본의 한 언론인이 후생노동성에 명부를 공개하라는 공개청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다던 명부가 세상에 나왔다. 지난 5월 23일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정보공개 청구에 응해 3가지 종류의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해군과 기업이 각각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명부에는 오미나토(大湊) 해군시설부의 '승선명부' 표지에 '총원 2492명'이, 또 다른 문서인 일본통운의 '조선인 명부'에는 144명이 각각 기록돼 있었다.
또 오미나토 지방 복원국 장관의 1946년 4월 19일 문서에는 조선인 승객이 오미나토 해군시설부 2838명, 해군시설협의회·일본통운 897명 등 합계 3735명으로 기재됐다고 전해졌다.
이에 지난 5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역사정의특별위원회는 "일본 정부는 그동안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가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수진 공동위원장은 "일본 정부는 1990년대에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우키시마마루의 폭발·침몰은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은 없다', '승선자 명부는 없다'고 주장한 이래 줄곧 명부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거나 유감을 표명하기는커녕, 이번 명부 입수를 현재 한일 관계가 긍정적인 흐름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명부가 없다는 일본의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일본 측이 한국에 명부를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는데도, 이를 일본과 과거사 현안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측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사도광산에서 노역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명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우키시마호 탑승자 명부 전달이 개선된 한일관계에 따른 결과라기 보다는 일본 내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오히려 정부가 그동안 거짓말로 일관한 일본 정부에 대해 항의나 사과 요구 등을 하지 않은 것이 일본에 대한 또 한 번의 저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해 보인다.
일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명부 전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이미 명부의 존재가 확인됐는데도 이번에는 19건만 받고 이후에 추가로 계속 전달받는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인데, 실제 일본 정부가 이를 이행할지 미지수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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