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사랑하자 실력이 늘었다”···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 도현하

백승찬 기자 2024. 9. 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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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고 3년…대학·일반부 제치고 대상
“성량 크고, 감정 잘 넣는 것 같아”
제7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 수상자 도현하씨가 2일 경향신문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9.2. 정지윤 선임기자

‘역시 큰 대회라서 어려운 걸까.’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에서 제7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이 발표되기 직전, 안양예고 3학년 도현하는 생각했다. 3학년 들어 ‘경험 삼아 3개 대회만 나가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앞선 SAC 청소년 연기 경연대회, 서경대 전국 뮤지컬 경연대회에서 대상, 1등을 차지한 것이다. 마지막 대회였던 경향뮤지컬콩쿠르 역대 대상 수상자는 줄곧 대학·일반부에서 나왔기에, 도현하는 마음을 접으려는 참이었다.

“대상 도현하!” 듣자마자 눈물이 절로 나왔다. ‘내가 이렇게 무대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봐 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에서였다.

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도현하를 만났다. 도현하는 “무대 오르기 전 긴장했지만 긴장하지 않은 척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나를 믿고 연기해야 관객도 편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잘한다”고 말해줘도 ‘더 잘해야 해’라고 삭이곤 했다. 그런 도현하를 향해 선생님들이 말했다. “넌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해. 너 자신을 사랑해.” 고3이 된 올해부터 그 가르침을 새겼다. 말이 많아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태도의 변화는 경향뮤지컬콩쿠르 대상 같은 수상 실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콩쿠르에서 부른 곡은 뮤지컬 <스위니 토드> 중 ‘런던 최악의 파이’. 파이 가게를 운영하는 러빗 부인이 부르는 노래다. 도현하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곡같이 불협처럼 들리는데 중독성 강한 노래가 좋다. 아리송하면서도 재미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현하는 학교에서 작품을 올릴 때도 성인 역할을 많이 맡았다고 한다. <맘마 미아>의 로지, <컴 프롬 어웨이>의 한나 같은 역할이다. “제가 하라면 하거든요. 노래도 뻔뻔하게 하고…. 그런데 고등학생이 벌써 어른 역할만 해도 괜찮을까요. 소녀 역할도 하고 싶고, 다 할 수 있는데.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경험이 많진 않지만 노력은 많이 했다. 자신만의 연기 방법도 열심히 정립 중이다. 예를 들어 “노래할 때 ‘삑사리 안 내야지’라는 생각은 안 한다. 그렇게 하면 노래도 연기도 안 된다. 노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진실한 감정을 통해 뮤지컬 속 인물로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역을 맡으면 끝없이 생각하고 연구한다. <맘마 미아>를 준비할 때는 40대쯤인 여성 셋이 술을 마신 뒤 유쾌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관찰해 그 감정을 연구했다.

경향신문이 주최하고 스포츠경향이 주관한 제7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본선이 열린 24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에서 고등부 도현하가 <스위니 토드> 중 ‘런던 최악의 파이’를 열창하고 있다. 2024.8.24 성동훈 기자

도현하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 오빠 3명 중 2명이 클래식 연주자다. 중3 때 영화 <마녀>의 김다미를 보고 연기가 하고 싶어 예고 입시를 준비했고, 입학 후에는 “소리가 크고 감정도 잘 넣는 것 같아” 뮤지컬 배우의 꿈이 생겼다. 올해 <하데스타운>을 보고서는 너무 감정이 벅차서 집으로 가는 2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작품만 생각한 적도 있다.

소심한 성격이던 도현하는 무대 위에만 오르면 저도 모르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고 했다. “자아가 두 개인 것 같아요. 무대 위의 나와 무대 아래의 나. 무대에서는 저 아닌 또 다른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고, 관객이 저를 보고 집중하는 걸 느껴요. 그 순간이 재미있고 아름다워요.”

당장은 대학 수시 입시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최종 목표는 멋진 뮤지컬 배우다. 요즘은 “이거 안 하면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없겠다” 싶다. 박강현, 김수하, 차지연, 최정원의 마음가짐과 실력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그는 “센 역할을 많이 시키셔서 잘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강약 조절을 자연스럽게 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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