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주사로 퇴행성관절염 치료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9. 5.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지현 입셀 대표 인터뷰
환자본인 체세포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
세계 첫 주사형 '뮤콘' 개발
동물시험서 증상 30% 호전

"현재 퇴행성 관절염은 치료제가 없습니다. 아픈 부위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죠."

주지현 입셀 대표(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과 의사로서 눈앞에 있는 환자에게 독한 진통제를 주며 '그저 버티라'고 말하는 데서 무기력함을 느끼곤 했다"며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치료제 개발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했고, 임상연구 단계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주 대표는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iPSC) 치료제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다. 그가 2017년 창업한 입셀은 iPSC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주사형 3차원 연골세포 치료제인 '뮤콘'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일반 연구소에서는 세포를 2차원 형태로 배양하지만, 우리 몸 안의 세포는 본래 3차원으로 인근 세포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란다"며 "뮤콘은 연골세포의 기질을 그대로 구현한 3차원 약물인 데다 수술이 아닌 주사로 관절염 치료가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iPSC란 일반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만든 만능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재생능력을 가져 손상된 조직의 세포를 재생시킬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채취 과정에서 난자를 이용하고 수정란이 파괴되는 등 생명 윤리적 논란이 있다. 반면 iPSC는 본인 체세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도 적고 윤리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

주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되려면 배양 횟수에 제한이 없고 타가이식(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는데 iPSC는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iPSC를 이용한 뮤콘은 상용화가 가능하며 뮤콘 1회분에 들어 있는 연골세포는 약 940만개"라면서 "앞선 동물시험에서 뮤콘을 한 번 주입했더니 관절지표(관절 단면에서 손상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가 30%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초 열린 7차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에서 뮤콘에 대한 임상연구를 승인했다. 동종 iPSC로는 처음으로 환자에게 투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주 대표는 "어느 한 치료제가 세계 최초라는 말은 이를 심사하고 승인하는 규제기관도 유일하다는 뜻"이라며 "보건당국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품질 평가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요구했는데, 그 눈높이를 끝내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은 특수한 형태의 임상연구이기 때문에 우선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 3명을 대상으로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교수와 스타트업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는 데서 오는 장점으로는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주 대표는 "매일 환자들을 만나다 보니 현장 수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회사에 이어 학교에서도 키워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늦어도 2030년까지 뮤콘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원활한 임상연구를 위해 투자금 확보, 상장 추진, 기술수출 등 활로를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금 창출에 필요한 '마이셀프(MYCELL-f)'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마이셀프란 개인의 iPSC를 보관하는 일종의 세포주 은행으로, 훗날 필요에 따라 개인의 세포를 배양해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보관해두는 시스템을 말한다.

주 대표는 "iPSC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탈모 등 경증 질환부터 치매나 심근경색 등 중증 난치성 질환 치료에까지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몇몇 빅파마와 기술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속도가 붙을 수 있도록 임상 데이터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