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퇴임 뒤 양평?…대통령실 140억 ‘사저 경호동’에 예민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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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퇴임 뒤 거주할 사저 경호시설 신축 비용으로 14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책정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비용이 많이 증가한 이유로 땅값이 비싼 서울·경기 등을 사저 후보지로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경기 양평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5일 오전 사저 경호시설 신축과 관련해 참고자료를 냈다. △사저 경호시설은 사적 용도가 아닌 국유재산 관리기금으로 관리·보유되는 국가자산이며 △사업비가 역대 대통령보다 많은 것은 지방에 사저를 두지 않고 서울이나 경기에 위치할 가능성을 고려해 수도권 부지 단가를 잠정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부지 매입 및 건축 비용은 정부 규정 지침에 따른 단가를 토대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했다. 공사비 등은 전임 대통령 경호시설 규모와 정부 공통 기준을 적용해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거듭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며 “오히려 부지 면적은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대비 절반 수준이다. 건축 비용은 전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사저 부지 비용과 건축비는 대통령 개인이, 경호시설 부지와 건축비는 국가가 돈을 낸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사저 경호시설 예산을 다룬 한겨레 단독보도로 논란이 확산하자, 이날 밤늦게 “정부 예산안은 수도권 지역을 고려한 잠정 편성된 금액으로, 부지매입 비용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건축비는 이전 정부와 비슷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래도 해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이튿날 오전 ‘수도권’을 ‘서울·경기’로 구체화한 추가 설명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용산이 사저 건축비용에 민감한 이유
대통령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국회 예산결산심사를 앞둔 야당에서는 대규모 세수 결손 상황에서 긴축재정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에 견줘 경호시설에 2배 이상의 돈을 쓰겠다는 것을 쟁점화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쪽이 그간 제기된 각종 ‘건축 관련 의혹’에 명쾌한 해명을 한 적이 없는 것도 사저 경호시설 사업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리모델링에 경기 포천의 구멍가게 수준 영세업체가 참여하거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증축 과정에도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저 후보지로 서울·경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듯싶다. 동아일보는 여권발로 “서울에서 차량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강원도나 경기 양평, 가평 등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경기 양평은 각종 리스크를 안고 있는 김건희 여사 일가가 상속·매매를 통해 대규모 땅을 보유한 지역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김 여사 일가 관련 의혹·사건 진원지가 양평이다. 종점 주변에 김 여사 일가가 수십 필지의 땅을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양평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될 경우 서울 송파에서 차로 20분 거리로 변하며 주변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을 무릅쓰고 김 여사 일가 소유 땅이나 인접한 부지를 구매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양평 사저’ 자체가 논란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희대의 거짓 선동으로 판명 난 ‘아방궁’
과거 보수진영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 사저를 집요하게 문제 삼으며 ‘호화 논란’을 부추겼던 전력이 있다. 2021년 3월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경호시설 땅값·건축비(62억원)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명박(서울 강남구 논현동)·박근혜(서울 서초구 내곡동. 이후 대구 달성으로 이사) 대통령의 경호시설 비용(각각 67억원)보다 적었다. 당시 청와대는 “법 개정으로 종전 경찰이 담당하던 사저 외곽 경비가 경호처로 이관됐다. 이들의 근무 공간 증가 등으로 부지 매입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 개정이 없었으면 관련 비용은 33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편법 농지 구매 의혹까지 제기되자, 당시 문 대통령은 ‘사저 경호시설은 국가자산’이라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 없는 땅”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2007년 9월에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은 노 대통령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 ‘노무현 타운’이라고 집중 공격했다. 당시 홍준표·나경원·조윤선 등이 앞장섰다. 노 대통령 사저 경호시설 부지 매입 비용은 2억5900만원이었다. 2016년 봉하마을 사저가 일반에 공개됐고, 아방궁 주장은 ‘희대의 거짓 선동’으로 판명 났다.
보수진영 출신 대통령은 사저 관련 수사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서울 서초동 내곡동 사저 예정지 경호시설 땅값에만 45억8천만원이 책정됐다. 2011년 이 전 대통령이 장남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예산 유용 등 의혹이 불거졌다. 이듬해 특검 수사 결과 이 전 대통령 쪽이 지불해야 할 사저 부지 땅값은 낮추고, 국고가 들어가는 경호 부지 땅값은 높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호처장 등이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전에 살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어 살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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