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의 러 본토 침공, 빈손 마무리? 러는 전쟁 지지 높아져

이재호 기자 2024. 9. 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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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협상 유도·러시아군 재배치 노린 젤렌스키, 오히려 동부 요충지 빼앗길 위기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전황을 타개하고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전쟁 개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침공했으나, 이로 인해 러시아 내부에서는 협상보다 전쟁 지속에 대한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세를 더 강화하고 동부 전선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 코앞까지 진격하면서 러시아 본토 진격으로 우크라이나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에서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가 22~28일 러시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61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9명 이상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침공에 대해 우려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의 63%는 매우 걱정된다, 28%는 걱정된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91%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6%,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에 그쳤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침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이 전쟁을 중단하기 보다는 지속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전쟁에 대한 지지율이 78%로 집계됐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7월 조사의 75%에 비해 3% 포인트 오른 수치다.

전쟁 지속 여부에 대한 여론도 지난달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전쟁을 그만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7월 조사의 58%에 비해 8% 포인트 낮아진 결과다.

또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침공 이후 높아졌다. 지난 7월 조사에서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34%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7% 포인트 오른 41%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85%로, 지난달 조사 87%에 비해 2% 포인트 감소했으나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진격이 향후 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침공 전까지만 해도 일정 부분 협상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지금은 러시아 정부 입장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부 여론을 보더라도 협상 자체가 어려워지는 국면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의 침공이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진격을 막지 못하면서 군사적 측면에서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방송 <프랑스 24>는 4일 "군사 전문가들은 이 작전의 목표가 동부 지역 러시아 군의 재배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쿠르스크 공세로 인해 러시아는 전선 일부에서 병력을 재배치해야 했지만, 이는 포크로우스크 전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외교위원회의 우크라이나 전쟁 분석가인 구스타프 그레셸은 방송에 "러시아의 작전은 포크로우스크 지역에만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다른 전선에서는 활동하지 않고 있다"고 현재 전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포크로우스크가 동부 지역의 물류 허브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물류를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물리적으로 도시를 정복할 필요는 없다. 도시에 충분히 가까이 가기만 하면 된다"며 러시아군이 해당 도시의 10km 안쪽으로 접근하는 것 만으로도 우크라이나에는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로나 국제안보연구팀(ITSS)의 윌킹스턴 콕스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가 포크로우스크를 돌파하는 것이 "동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광범위한 후퇴를 부를 수도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은 전략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쿠르스크를 대가로 양보를 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돈바스 지역이 주요 목표이기 때문"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 영토를 일부 점령한 것이 향후 협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을 가진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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