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쓰다 밤새요"…소상공인 '재기' 위해 지원·교육 필요

이민주 기자 2024. 9. 5. 16: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취업 소상공인들 "이력서 쓰기부터 난항…'실전 교육'해달라"
중기부, 제8차 우문현답 정책협의회 개최
중소벤처기업부가 5일 경기 안산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제8차 소상공인 우문현답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중기부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1. 재창업 준비 소상공인들이 모이면 다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서류 준비하다가 밤 새게 생겼다'고요. 인테리어 업체를 겨우 선정해서 계약하려다가도 '정부지원자금(사업)으로 하겠다'고 하면 서류 준비가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곳이 10곳 중 4곳입니다.

#2. 지난 20년 간 자영업을 하다가 재취업을 하려고 보니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부터 막막하더라고요. 단기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더라도 자기소개서는 필수였어요. 저도 어려운데 50·60대 재취업자들은 얼마나 더 막막할까요?

재창업과 재취업에 성공한 '선배' 소상공인들이 후배들을 위해 정부에 지원사업과 교육을 현실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폐업 소상공인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직종별 특화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재창업을 돕기 위해서는 준비 서류 간소화 등 진입 문턱을 낮춰달라고 당부했다. 소상공인의 취업과 재창업을 지원하는 중기부 '희망리턴패키지'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일 경기 안산시에 소재한 재취업 심화 교육기관인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제8차 ‘소상공인 우문현답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협의회는 취업·재창업 소상공인 등과 함께 ‘소상공인 재기지원정책’을 주제로 현장의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앞으로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한승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재취업심화 교육기관) 관장, 박민규 오렌지나무(점포철거 주관기관) 대표, 김현철 한국서비스표준진흥원 대표, 오명훈 명컨설팅 대표 외에도 고용노동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가 자리했다.

중기부 희망리턴패키지 수혜를 누린 손연희 씨, 최종임 씨, 임경아 엘리야 대표, 주현실 좋은날 베이커리, 진승현 비야토 헤어 대표 등 소상공인들도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재취업에 성공한 소상공인들은 실전 중심의 교육 마련과 특화 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교육서비스업을 폐업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재취업한 최종임 씨는 "20년간 자영업자로 일하다 재취업을 하려다 보니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부터 막막했다"며 "정말 간단한 알바를 하려고 해도 자소서를 내라고 하더라. 겨우 서류가 통과되서 면접을 보러 갔더니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는데 한마디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그후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 어떤 직업이 잘 맞을지를 돌아보고 교육을 받으면서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라며 "(희망리턴패키지에서) 일반 사무나 서비스 직종 취업을 위한 특화 교육을 강화해 주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음식점을 하다 국립박물관 보안업에 재취업한 손연희 씨는 "경비직에 재취업하기 위해 알아보면서 '이 나이의 여자를 어디서 뽑아줄까'하는 걱정과 '취업 시장이 이렇게나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희망리턴패키지(교육)가 이론 중심으로 돼 있는데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변화의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5일 경기 안산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제8차 소상공인 우문현답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중기부 제공)

정부로부터 사업화 자금을 받아 재창업에 성공한 소상공인들은 서류 간소화와 지원금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서비스업 재창업에 성공한 임경아 대표는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시설하고 장비를 들이려니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 지원 금액이 참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재창업 교육이 대부분 온라인(줌)으로 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도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콕 집어주는 교육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다른 (지원사업) 참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서류(작업)하다가 밤새우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인테리어) 업체를 계약하려고 해도 '정부 정책자금으로 계약하려고 한다'면 안 한다는 곳이 10곳 중 4곳은 된다"고 전했다.

주현실 좋은날 베이커리 재창업 예정자는 "준비 과정에서 저도 '준비 서류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떤 분들은 '서류를 냈는데 다시 돌아왔다'고 토로하시더라"라며 "나는 (경영·회계 멘토를) 잘 만나서 문제 없이 서류 작업을 끝냈지만 다른 분들은 힘들어 하시더라"라고 했다.

이어 "홍보 마케팅 부분도 지원금을 주는 형태 말고 재창업자들이 스스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 형태로 지원해줬으면 한다"며 "내 가게를 스스로 살릴 수 있는 교육을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년 희망리턴패키지를 내실화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계해 구직자의 취업 성공 가능성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중기부는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내년 1월 소상공인의 취업‧재창업 지원을 위한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기부는 내년부터 희망리턴패키지 기초와 심화 교육 시간을 30시간(5+25시간)에서 1개월로 늘리고 방식도 e러닝에서 현장 복합(마인드셋 사전교육)으로 개선한다.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정부안)도 2450억 원으로 올해(1513억 원) 보다 대폭(61.9%) 늘렸다.

오영주 장관은 “내년 희망리턴패키지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틀은 나왔지만 안에 내용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새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였다"라며 "오늘 특히 서류 문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세금을 쓰는 문제다 보니 충분한 프로세스는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편의와 절차의 밸런스가 맞는지를 직접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실전 중심의 교육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교육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중기부도 고민 중이었다"라며 "교육이 다소 도식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고도화를 진행하려 한다.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minj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