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조각투자는 규제 회피용”…금융위 발언에 조각투자업계 ‘울상’

김연서 2024. 9. 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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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의사록 “굳이 조각투자 형식 취해야 하나”
“공시 규제 회피·핵심 규제 예외 받기 위해서 요구”
STO 업계 “‘회피’가 아닌 ‘사업’을 하고 싶은 것”
“링 위에 올라가기 전에 돌아가라는 식” 토로해
이 기사는 2024년09월05일 15시5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상반기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평가 과정에서 ‘조각투자는 규제 회피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각투자업계는 ‘규제 회피를 위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국내 금융 시장의 혁신은 나올 수 없다고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6월 제12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에 올라오는 혁신금융서비스들이 대부분 조각투자와 관련된 것들이 올라온다”며 “굳이 조각투자 형식을 취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마련된 금융투자상품, 증권으로도 충분히 목적 달성이 가능한데 공시 규제를 회피한다든지 투자자 보호와도 관련된 핵심 규제의 예외를 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는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국내 조각투자업계에선 △카사 △펀블 △루센트블록 △뮤직카우 △갤럭시아머니트리 등이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인가를 받아 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달 들어 국회에서는 STO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발의 및 통과를 거쳐 시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STO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인가를 받거나, 부산 블록체인특구 특례기업으로 지정되는 등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혹은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해야 하지만 진입 문턱이 높아 국내 기업들이 STO 시장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STO 업계에선 혁신금융서비스의 존재 이유 자체가 금융 시장의 혁신을 만들기 위함인데 현재 금융당국의 태도는 이 취지 자체를 몰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은 자산의 토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당국의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해 시장 발전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STO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회피’가 아닌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라며 “당국의 특정 위원은 조각투자 기업들이 혁금 신청 이유를 단순히 공시 회피의 목적에 있다고 큰 오해와 착각을 하고 있다. 이런 기조라면 우리나라의 혁신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금융상품과 증권으로 충분히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핀테크 기업이 어떻게 가능하겠나”라며 “그것이 안 되니 혁신금융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이고 기업들이 신청하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 자체를 몰각하고 있는 사례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한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결국 일관성을 갖춘 규제 안에 시장이 들어가도록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 업계 모두가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시도해볼 수 있도록 시장 형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조각투자시장이 앞으로 토큰증권으로 넓어지기 위해선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당국이 포용적이지 않은 기조이다보니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시장에선 애초에 조각투자업체의 혁신금융서비스 통과 건수가 현저히 적다고 지적도 따른다. 실제로 올해 조각투자업계 중 혁금에 통과한 곳은 갤럭시아머니트리 컨소시엄이 유일하다. 업계는 사업을 테스트할 충분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지 않고 투자계약증권으로 상품을 발행할 경우 엄격한 공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업계는 투자계약증권 발행 과정에서 상당한 인력과 시간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들이 로펌에 쏟는 비용이 심각하게 많아져 시장이 클 수 없는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STO 업계 관계자는 “설령 공시 규제의 도피처라고 할지언정 문제가 생긴다면 혁금 지정을 취소하거나, 혁금 선정 이후 부가 조건을 달아 규제하면 된다”며 “지금은 링 위에 올려놓기도 전에 돌아가라는 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각투자업체들은 혁신금융서비스 심사여부에 존망이 달려있는 곳이 많다”며 “하지만 현실은 혁금에 도전하는 많은 기업들이 계속 탈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사업 해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가 또 다른 문턱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연서 (yons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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