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홍범도도 없다...항일운동 대폭 뺀 군 정신교육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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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달 군 정신전력교육 교재를 새로 보완하면서 항일 의병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과거보다 대폭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번 교재도 독립운동 역사와 대한제국, 항일의병, 독립군, 광복군의 활약을 장병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기술했으며, (항일독립운동이) 국군의 정신적 토대임을 명확히 기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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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달 군 정신전력교육 교재를 새로 보완하면서 항일 의병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과거보다 대폭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권 침탈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일본은 ‘단기간에 부국강병을 이룬 나라’로, 조선은 ‘부국강병은커녕 치안조차 유지할 수 없는 나라’로 기술해 ‘자학사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최신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살펴보니, 세 쪽에 걸쳐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다룬 장에 ‘식민지로 전락한 힘없는 나라’라는 제목을 붙였다.
국권침탈 과정을 소개한 이 장에서 교재는 당시 일본을 “메이지유신이라는 근대화를 통해 단기간에 부국강병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반면 조선에 대해선 “주도권 차지를 위한 열강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이권을 침탈당했고, 일본이 청일전쟁(1894~1895년)과 러일전쟁(1904~1905년)을 일으킴으로써 국토는 열강들의 전쟁이 됐다”며 “부국강병은커녕 치안조차 유지할 수 없던 조선은 이를 막을 능력이 없었다”고 썼다.
이어 “스스로 나라를 지키지 못한 결과, 일본 낭인(일본의 폭력배 무리)들에게 명성황후가 시해당하는 을미사변(1895년), 고종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아관파천(1896년)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썼다.
이런 내용은 2019년 만들어진 옛 교재 내용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5년 전 교재는 다섯 쪽 분량으로 같은 시기를 다루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위태로운 국가주권 수호를 위해 황제권을 매개로 위로부터 근대적 개혁을 통해 대외적으로 자주독립을 강화하고 내재적으로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대한제국이 근대적 개혁과 국권 수호를 위해 노력했고 성과도 있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최신 교재는 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홍범도 장군을 필두로 한 전국적인 항일의병운동과 관련한 내용도 삭제했다.
2019년 교재는 “1907년에서 1910년에 이르기까지 의병의 교전횟수는 3500여회에 이르며, 의병 전쟁에 참가한 의병은 무려 15만명에 달한다” “의병 전사자는 1만7000여명, 부상자는 3만6000여명에 달해, 의병전쟁의 치열함을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두 문단에 걸쳐 자세히 소개했는데, 이런 내용이 모두 빠진 것이다.
교재가 공개된 뒤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항일 독립운동을 축소한 게 아니냐’ 비판이 나왔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교재의 이런 기술은 ‘우리가 약소국이어서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나라의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식민주의 사관”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본교재는 역사서가 아니”라며 “이전 교재가 개별 사건과 인물을 함께 기술한 것이라면, 이번 교재는 장병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내용을 설명하는 기조로 집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교재도 독립운동 역사와 대한제국, 항일의병, 독립군, 광복군의 활약을 장병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기술했으며, (항일독립운동이) 국군의 정신적 토대임을 명확히 기술했다”고 덧붙였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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