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피터팬증후군 키우는 기업 지배구조 옥죄기

2024. 9. 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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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엔진이다.

8월 29일 발표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804만개로 전체 기업 수의 99.9%를 차지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2447개 기업 중에서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은 2082개로 전체의 85.1%에 달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규제는 강화되고 혜택은 크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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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엔진이다. 8월 29일 발표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804만개로 전체 기업 수의 99.9%를 차지한다. 종사자 수는 1896만명으로 전체 종사자 수의 81.0%나 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2447개 기업 중에서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은 2082개로 전체의 85.1%에 달한다.

저성장에 따른 매출 감소, 지속적인 최저임금 상승, 글로벌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 증가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초체력을 보유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6.9%로 전년 동기(-1.2%)에 비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3.8%로 전년 동기 4.7% 대비 하락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중소·중견기업의 아픈 부분을 치료해주지는 못할지언정, 각종 규제 입법으로 기업의 숨통을 옥죄려는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 중심으로 봇물 터지듯 발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장회사 지배구조를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법안마저 국회에 제출됐다. 이 법안에는 그동안 이론과 판례를 통해 널리 정립된 법리를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미혹적인 명분하에 한순간에 훼손하려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의 요건 완화 등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규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대주주 보유 지분이 많아 지분이 널리 분산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의 특성상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창업주 입장에서는 상장을 추진할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상장 후에는 외부 투자자가 적은 지분으로 2대 혹은 3대 주주 지위만 확보해도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지분율까지 규제하는 것은 평생 피땀 흘려 일궈놓은 재산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중장기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보다 외부 주주의 단기적 이익을 염두에 두는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어 종국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자명하다. 만일 이대로 입법되면 알짜 중소기업이 상장을 하기 위해 거래소를 찾기보다는 사모펀드에 매각해 손을 털고 나오려는 유인이 커질 것으로 염려된다. 결국 이번 지배구조 규제 법안은 상장회사를 공공재로 보아 상장 후에는 경영권을 잃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상장 후를 각오하라고 시장에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규제는 강화되고 혜택은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주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상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번 기업 지배구조 입법은 피터팬 증후군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중소·중견기업 경영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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