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MBC의 잃어버린 7년

2024. 9. 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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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상 보도국장에서 3단계 급전직하한 (방송)중계팀 부서원으로 발령받았다. (중계팀은 적폐 2실이라 불렸다. 적폐 1실은 배현진 앵커 등이 수용됐던, 이른바 조명창고 방이었다.) 2017년 겨울은 한파와 폭설로 혹독했다. 수모를 견디느니 회사를 때려치우겠다는 울분 섞인 내 말을 들은 아내는 그날 무언가를 사왔다. 손난로, 털신, 목도리, 롱패딩, 장갑, 털모자 (그리고 아내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MBC 경영진과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은 지금까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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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사보복 등 부당행위
공영방송 타이틀 망가졌는데
법원마저 정치권 눈치만 봐
집권 3년차에도 정상화 깜깜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직상 보도국장에서 3단계 급전직하한 (방송)중계팀 부서원으로 발령받았다. (중계팀은 적폐 2실이라 불렸다. 적폐 1실은 배현진 앵커 등이 수용됐던, 이른바 조명창고 방이었다.) 2017년 겨울은 한파와 폭설로 혹독했다. 수모를 견디느니 회사를 때려치우겠다는 울분 섞인 내 말을 들은 아내는 그날 무언가를 사왔다. 손난로, 털신, 목도리, 롱패딩, 장갑, 털모자… (그리고 아내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취임한 김장겸 사장이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강제 해임된 직후 MBC 문호철 보도국장이 겪은 경험담이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눈만 뜨면 MBC를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직 언론인의 시선에서 현재의 MBC는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로 망가져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후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이래 MBC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주도한 파업에 불참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규모 인사 보복과 탄압 등 부당 노동행위들이 벌어졌다. 만약 이런 인권유린 사태가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벌어졌다면 MBC PD 수첩이 대대적인 특집 보도를 했을 것이다. 대다수 언론들은 같은 언론사라는 이유로 MBC의 문제점을 외면해왔다.

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MBC 사측의 부당·위법 노동행위에 대해 잘못을 지적한 바 있다. 최 사장이 취임 직후 해외특파원 6명 전원을 국내로 소환하자, 강 모 기자는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하지만 사측의 괴롭힘에 견디다 못해 부당전보 불법행위에 의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회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58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했다. 2018년 1월 MBC 사측은 '정상화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소위 '사내 적폐 청산'에 나섰다. 소환에 불응하면 대기발령을 냈고, 262명을 조사해 12명을 징계했다. 하지만 1년 뒤 법원은 이를 위법으로 인정하고, 진술 강요 등 불법행위에 대해 회사가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이 일은 과거 중국 공산당의 문화대혁명 때 자행된 인민재판을 방불케 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MBC 경영진과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은 지금까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의 모범인 BBC나 NHK였다면 사장이 열 번도 더 공개사과를 하고 사퇴했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행정법원 12부는 권태선 이사장 등 방문진 이사 3인이 제기한 가처분 사건에서 어이없게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미 임기가 종료된 권 이사장 등이 후임 이사를 임명한 방통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사건이었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여서 MBC 경영진을 선임할 권한이 있다. 이 결정으로 당분간 방문진과 MBC는 문재인 체제가 더 지속되게 되었다. 무려 7년째 말이다.

일각에선 담당 판사의 성향 때문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법원에서 이미 오보로 판단한 '바이든-날리면' 보도에서부터 대파 사건 등 지난 4월 총선 때의 선동적 기사들에 이르기까지, MBC는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지지 세력이다. 총선 승리의 대가를 요구하는 MBC에 대해 민주당은 그 빚을 갚아야 한다.

민주당의 의도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탄핵시키고 MBC를 계속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을 일삼는 거대 야당을 상대로 판사 개인이 싸우기에는 벅찼을 것이다. 어쨌든 보수정부는 집권 3년 차에도 MBC 정상화에 실패하고 있다. 누군가 보수는 부패하지만 유능하다고 했다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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