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친한계 `복지부 경질론`…박민수 차관 與 소장파와도 갈등

한기호 2024. 9. 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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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의료개혁 갈등 조정·해결 책임 부처장들 물러나야…새판 짜야 조정 가능"
親韓 김종혁 "의식불명·마비 아니면 경증, 응급실 가지 말라? 누가 동의하나"
박 차관, 첫목회 응급위기 토론 참석도 취소…김재섭·박상수 "이게 정부 태도"
왼쪽부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김종혁 지명직 최고위원.<연합뉴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 박상수 중앙당 대변인.<김재섭 국회의원·박상수 변호사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와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 등 비주류가 5일 의정(醫政)충돌 7달째 의료공백 위기를 키운 책임을 물어 "책임 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親윤석열) 주류 측에선 발언 자체를 삼가는 모습이다.

전날(4일) 중증환자 외 응급실 이용 자제를 요청하다가 "환자 본인이 (중·경증 여부를)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란 것 자체가 경증"이란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나아가 조규홍 장관까지 경질론이 향해 있다. 박민수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4일 심야 경기도 의정부 권역의료센터 방문에 동행할 만큼 존재감이 드러나 있는데, 3040세대 22대 총선출마자 모임인 '첫목회'와의 이날 간담회 참석도 취소해 재차 마찰음이 일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KBS 오전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응급실 의료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질문에 "결국 의료개혁에 대한(필요하다는) 진단은, 필수의료·지방의료·응급의료 붕괴란 진단은 정부가 잘했지만 해법이나 속도 부분에선 조정해야될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처의 장들이 이 부분을 조정·해결하기보단 순간순간 굉장히 잘못된 발언 등으로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답변했다.

이어 "저는 '책임 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되지 않느냐', 그 이유는 '이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고 보는 것"이라며 "신뢰관계가 깨져있는데 갈등 조정이 되겠나. 그분들이 조정·해결에 실패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판으로 우리가 (의사계·정부)갈등을 조정·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나 의원은 지난달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도 "(의정)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자들은 다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당 지도부에서도 복지부 핵심 경질론이 나왔다. 한동훈 당대표의 지명직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식불명이나 마비상태가 아니고 고열, 복통, 출혈 정도는 경증이니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게 큰 병의 전조증상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라며 "막말과 실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킨 데 대해, 그 밖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에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저는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고 적극 찬성한다. 의사들의 주장이 중구난방이고 무리가 있단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해마다 2000명씩 의사를 늘리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은 신뢰를 상실했다"며 "의료개혁을 어렵게 시작했고 꼭 성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의료상황을 낙관한 대통령 보고, 정책 혼선과 신뢰도 하락, 국민 불안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 의료개혁 방침이 알려진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정부 고위 책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의사들을 설득하고, 정부 신뢰도를 높이긴커녕 입장을 바꾸고 말실수 연발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을 내세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료현장에서 비상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어젯밤 의정부의 한 병원을 찾아가 '정부의 수가정책이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대통령실과 복지부를 향해 "'의사 증원은 정부 정책이니 의사들과 합의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면 의사단체가 협조하겠나"라며 "상황이 이 지경이 됐으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저의 주장은 특정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함께 국민적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충정과 절박감에서 나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추경호 원내대표는 박 차관 등 사퇴 압박 관련 국회 기자들의 질문에 "이 자리에서 언급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첫목회 소속인 30대 초선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응급의료 위기 현장 목소리 청취를 위해 당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하는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 예정이었던 박 차관이 전날 밤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첫목회 소속 여당 당협위원장들이 함께 한 가운데 이형민 대한응급의사회장, 김이연 전 대한이사협회 홍보이사, 내과 전문의인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참석도 예고돼 있었지만 결국 정부 측과의 토론이 불발된 것이다.

김재섭 의원은 "의료현장을 바라보는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은 현실과 다른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의정갈등의 핵심 인물인 박 차관을 첫목회 소속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싶었다. 정부가 비판받을 것은 비판받고, 잘하는 것은 힘을 보태 같이 잘해보잔 취지였다"며 "그러나 박 차관은 행사 하루 전 날 입장을 번복해 '다른 업무들이 많아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 했다. '불참할 경우 일정을 맞출테니 가능한 날짜를 달라'는 제 요청은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의정갈등을 풀어내는 정부의 태도인가. 여당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을 만나 토론하고 설득할 용기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국민을 설득하냐"며 "전공의가 90%나 빠져있는 의료 현장도 여전히 '원활'하고 '극복이 가능'한 것이었으면, 의료개혁은 왜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개혁의 명분은 그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 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대통령과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의료대란은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친한계'인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인천 서갑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으로 "첫목회 토론회엔 국민의힘 의원 중 김재섭 의원과 김소희의원이 참석 예정이다. 이형민 응급의사회장과 김이연 전 의협 홍보이사 그리고 박은식 전 비대위원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박 차관은 하루전에 이들 모두를 앞에 두고 도주했다. 여당 의원도. 여당 당협위원장들도. 응급의사회장 등 의사들도. 다 내팽개치고 그 시간 어디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자기 밑의 실장을 보내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어젯밤부터 믿기지가 않는다"며 "우리는 오늘 현수막에서 박 차관 이름 석자를 지우지도 않을 것이고. 박 차관 명패도 그대로 남겨둘 것이다. 오직 국민을 보고 정치도 하고, 관료도 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들이, 그것도 여당 의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김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려있는데 여당이니까 입다물고 정부 정책 옹호만 할 순 없다"며 '복지부 관계자'들을 재차 겨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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