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민주주의를 구할 시간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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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은 사상 두번째 '성 대결'이다.
미국 대선에서 성 대결의 시작은 1980년이라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여성은 민주당, 남성은 공화당에 더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0년 미국 대선의 18~29살 남성 투표율은 44%였는데 여성은 55%로 11%포인트나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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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영 | 워싱턴 특파원
11월 미국 대선은 사상 두번째 ‘성 대결’이다. 후보들만 따질 때 그렇다는 얘기다. 사실 유권자들의 성 대결은 진작 진행돼왔고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성 대결의 시작은 1980년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 전에는 달랐다. 남녀를 떠나 유권자들은 후보자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보다는 특정 정당을 고정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여성은 민주당, 남성은 공화당에 더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선자의 성별 득표율 차이를 기준으로 삼은 ‘젠더 갭’ 수치를 보면 이해가 쉽다. 남성 표의 55%, 여성 표의 48%를 얻었다면 젠더 갭은 7포인트다. 2004년 7포인트였던 이 수치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결 때 11포인트까지 올라갔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이 겨룬 2020년에는 12포인트로 역대 최고였다. 2016년은 트럼프의 남성 득표율이 여성을 11%포인트, 2020년은 바이든의 여성 득표율이 남성을 12%포인트 앞선 것이다.
7월25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로 따진 젠더 갭은 카멀라 해리스가 16포인트, 트럼프가 14포인트다. 이게 실제 투표 결과라면 누가 되든 역대 최대 젠더 갭 기록이다. 한국 대선 때 경험한 ‘이대남 이대녀’ 현상도 뚜렷하다. 위의 조사에서 18~29살 여성들은 해리스를 39%포인트 더 지지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들은 트럼프를 13%포인트 더 지지했다.
젠더 갭 확대에는 지지 후보에 대한 호감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혐오도 크게 작용한다. 해리스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어떻게 저런 무뢰한을…’이라는 태도를 품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어떻게 흑인 여자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버락 오바마 이후 눈에 띄는 현상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흑인에게 백악관을 내준 것을 개탄한 백인들의 반란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의 당선은 트럼프의 상스러움에 대한 ‘멀쩡한’ 미국인들의 반격이었다. 여기에 성 대결 양상까지 심화하면 설상가상이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 ‘남자당’과 ‘여자당’ 간판을 단 당들이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한국과 미국 정치가 또 비슷한 점은 젊은 남성들의 투표율이 떨어지는 흐름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의 50살 미만 남성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2020년 미국 대선의 18~29살 남성 투표율은 44%였는데 여성은 55%로 11%포인트나 벌어졌다. 전체 남녀 투표율 차이(3.4%포인트)의 3배가 넘는다.
어떻게 고쳐야 하나? 간편한 양비론에서 벗어나 근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1980년 젠더 갭 시대의 문을 연 공화당 소속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임신중지권을 강하게 부정하고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반여성주의 운동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공화당은 또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입법에 반대하다가 여성들한테서 멀어져갔다. 이게 민주주의, 평등, 진보의 방향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젊은 남성들의 정치 환멸이나 보수 정당 쏠림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리려는 세력에 의탁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자들이 민주주의를 구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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