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만에 오물 풍선 보낸 북한···수해 복구 작업 때문에 ‘맞대응’ 늦어졌나
앞선 11차례 풍선으로 차량 ·시설물 45건 파손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우회적 비판 가능성도
북한이 올해 들어 13, 14번째 오물 풍선을 5일 연이어 날려보냈다. 지난달 10일 이후 25일 만인 지난 4일 밤부터 5일 새벽 12번째 풍선을 보낸 데 이은 것이다. 압록강변 수해 복구 작업 등으로 남한 민간단체들이 보낸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이 늦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북한이 60여개의 오물 풍선을 날려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북한은 이어 오후 6시 30분쯤부터 다시 풍선을 띄웠다. 북한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420여개 풍선을 띄웠다. 이 두 차례의 풍선 살포로 서울 30여곳과 경기 북부지역 70여곳에서 낙하물이 발견됐다. 나머지 풍선은 산이나 바다 등 인적이 없는 곳에 떨어진 곳으로 추정된다. 합참은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플라스틱병 등 쓰레기이며,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5월말부터 지난 7월 24일까지 10차례 풍선을 보냈다. 이어 지난달 10일 11번째 풍선을 보냈다. 이후 25일 만에 12번째 풍선을 보낸 것이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앞서 11차례의 풍선은 전국 3393개소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승용차 앞 유리·지붕 등 차량 파손이 22건, 주택 지붕 기왓장·비닐 하우스 등 시설물 파손이 23건 있었다.
경찰청은 인명피해나 화재 접수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 소속 박수빈 서울시의원은 제 10차 오물풍선이 살포된 지난 7월 24일 서울시 강서구 모처에서 오물풍선 낙하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민간인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풍선에 인화성 물질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화재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풍선을 터트리는 용도로 일부 풍선에 도화선과 함께 달린 타이머(Timer)가 불을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번 풍선 살포는 대북전단에 뒤늦게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합참 등에 따르면 북한이 11번째 풍선을 보낸 지난달 10일 이후 민간단체의 비공개 대북전단 살포는 간간히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 7월말 압록강변 대규모 수해로 인한 복구 작업에 국가적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즉각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노동자와 농민 등이 풍선에 담는 쓰레기를 만드는 데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해 복구 때문에 이와 관련한 인력을 동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대북전단에 “몇십 배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이 굳이 풍선을 보내기 적합하지 않은 날을 택한 이유에 대한 해석은 갈린다. 북한은 주로 황해도에서 풍선을 날려보내기 때문에 북서풍이 부는 날을 자주 택해왔다. 지난달 북서풍이 부는 날이 많았음에도, 굳이 서풍이 불었던 전날 풍선을 날려보냈다. 이는 단순히 풍선을 준비하는 작업이 늦어졌기 때문일 수도, 아니면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이하 통일 독트린)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서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달 1일 정부의 수해복구 지원 제의나 지난달 15일 통일 독트린 발표 등에 입장을 내지않고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통일 독트린의 추진 방안 중 하나는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지원할 방침이다. 북한 입장에선 대북 라디오 방송과 대북전단은 심리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정부 차원에서 심리전에 상응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성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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