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선거 진보진영 단일화 속도…보수도 뒤늦게 시동(종합)
보수진영, 통대위 구성했으나 후보 등록 '0명'…경선 룰 이견도
(서울·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권지현 기자 =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한 달여 남은 가운데 진보 진영이 단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앞선 세 차례 선거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진영은 이번에도 경선 룰을 두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공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진보진영, 6일까지 경선 룰 정하고 이달 중순 단일후보 추대
진보 성향 교육계 후보 단일화 기구인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는 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단일화에 참여할 최종 후보 8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단일화에는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이 참여한다.
단일화 후보들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며 자신이 진보 교육감 계승의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교육정책마다 졸속 대책, 무능 대책으로 교육 현장을 대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기본이 강한 교육으로 무너진 우리 교육 현장을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윤석열 정치 검찰, 윤석열 교육 정책, 윤석열 독도 지우기와 역사 왜곡에 맞서 싸우고 서울 교육을 위기에서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승문 전 서울시교육위원은 "이번 선거는 우리 교육을 뉴라이트 세력의 손에 맡길 것인가, 미래를 향해 뛰는 희망의 세력에 맡길 것인가를 가름 짓는 선거"라며 "교사로서 현장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제가 준비된 교육감"이라고 말했다.
현장 경험을 내세운 후보도 있었다.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은 "31년을 현장 교사로 근무하며 학교 혁신운동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며 "교사, 학생, 학부모, 직원 교육의 발전도 한발 더 나아가는 '혁신교육 시즌2'를 이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은 "교육감의 역할은 서울 교육호(號)가 어디로 갈 것인가 그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이고, 그 방향을 잡으려면 바닷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저는 지난 2월 말 장학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했기 때문에 바닷속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교육과 관련한 청사진을 제시한 후보도 있었다.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 정치사회적 이념 갈등, 교권·학부모 권리 충돌 등 우리 교육 현장을 위협하는 세 가지 도전이 있다"며 "이를 면밀히 검토해 수정 보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대입을 해결하지 않고는 학교 교육 미래가 없기 때문에 9월 수시모집을 폐지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며 "후보님들과 새로운 대안을 논의하며 반드시 아름다운 단일화에 이를 것이라고 약속드린다"고 했다.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은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위해 저는 맞춤형 인공지능(AI) 교육 시스템을 창설하고자 한다"며 "세계적인 시대 조류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교육에 도입해 세계 시민정신을 함양하겠다"고 역설했다.
추진위는 6일 경선 규칙에 대한 후보 간 합의를 진행하고, 7일부터 경선을 실시한 뒤 이달 중순께 단일 후보를 추대할 계획이다.
보수진영 "후보들, 단일화 결과 승복 서약 의무"…후보 간 비방전도
이에 반해 보수 교육계에서는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연)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두 곳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가 이날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뒤늦게 단일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통대위는 9일까지 단일화 참여 희망자를 접수하고, 11일 단일화 후보 선출 원칙을 확정한 뒤 12일과 14일 예비 후보 공약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후 19∼21일 여론조사기관 두 곳에서 실시한 적합도 조사를 실시하고, 적합도 조사에서 1순위인 후보를 24일 단일 후보로 발표하기로 했다.
경선 참여 후보는 경선 결과에 승복할 것을 공개적으로 서약하고,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아직 단일화에 참여할 후보는 한 명도 등록하지 않은 가운데 후보들 간 경선 룰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후보들은 여론조사가 '인기투표'나 다름없다며 반대하고 후보들의 검증을 위한 절차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이 서로 비난하면서 분열 조짐도 비친다.
이날 예비후보로 등록한 안양옥 전 교총 회장은 입장문에서 "2년 전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은 과반 득표를 하고도 단일화를 안 하는 바람에 조희연 후보에게 패했다"며 "그 선거를 망친 당사자들이 선거에 다시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계에서는 보수 진영이 과거 단일화 실패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세 차례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후보 단일화 실패로 표가 분산됐다. 당시에도 '경선 방식' 때문에 빚어진 후보 갈등이 단일화 실패의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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