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행사하라" 당국, 연일 압박…운용업계는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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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자산운용업계를 향해 주주보호를 위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라"며 연일 압박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ETF(상장지수펀드) 베끼기, 수수료 인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등 단기적 수익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기업 스스로 노력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산운용업계가 자산관리자이자 주요 투자자로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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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자산운용업계를 향해 주주보호를 위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라"며 연일 압박에 나섰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주주이익 침해'를 꼽으면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사실상 '특정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5일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여섯번째로 자산운용사 CEO(최고경영자)를 만난 자리에서 자산운용업계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ETF(상장지수펀드) 베끼기, 수수료 인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등 단기적 수익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기업 스스로 노력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산운용업계가 자산관리자이자 주요 투자자로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달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의결권 행사 등 기업체질 개선에 역할과 책임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주주권익 침해사례에서 의결권 행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실명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행보는 그룹사들의 구조개편 과정에서 나타난 주주이익 침해 사례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합병과 관련해 당국이 주주이익 침해 문제를 걸며 제동을 걸며 완강한 모습을 보였고 소액주주, 개인투자자들도 호응했다.
당국은 앞으로도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자산운용업계를 향해 의결권 행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움직임이 밸류업은 물론 기업에 영향을 미칠 거란 계산이다.
자산운용업계는 밸류업에 공감하지만 '적극적 의결권 행사' 주문에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의결권에는 찬성 혹은 반대라는 선택권이 있는 요소지만 특정 방향으로 행사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소액주주만을 위한 행동주의 펀드로 획일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도 저마다 색깔이 있고 철학·전략이 있는데 주주가치 제고에만 힘쓰라고 주문하는 건, 소액주주를 위한 행동주의 펀드로 획일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논리에 따라 흘러갈 수 있게 둬야지 어떤 방향이나 목적을 가지고 강제로 움직이면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인력부족, 비용대비 제한적인 효과 등 현실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부족한 상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며 "압박보다는 의결권을 행사한 근거를 상세히 기입하도록 하는 등 유인책이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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