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파괴 1번 타자 슈와버··· 선두타자 홈런만 시즌 13개, MLB 역대 최다 타이
느리고 삼진 많은 홈런 타자. 도무지 1번 타자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막상 해보니 결과는 대만족이다. 상식을 파괴하는 새로운 1번 타자,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대 1번 타자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슈와버는 5일(한국시간) 토론토 원정경기에 좌익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1회초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렸다. 상대 선발 보든 프란시스의 2구 높은 직구를 받아쳤다. 이번 시즌 자신의 13번째 선두타자 홈런. 이날 홈런으로 슈와버는 2003년 뉴욕 양키스 알폰소 소리아노가 기록한 1시즌 선두타자 최다 홈런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경기 시작과 함께 터진 슈와버의 홈런으로 기선을 잡은 필라델피아는 토론토를 4-2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슈와버는 “지금은 기록보다 경기에서 이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록보다 이기는 게 더 멋지다”고 소감을 전했다.
슈와버가 1번 타자로 본격적으로 변신한 건 2022시즌 필라델리파로 FA 이적하면서부터다. 그해 개막전부터 1번 타자로 나섰다. 시카고 컵스 시절인 2019시즌부터 간간이 1번 타자로 경기를 뛰기는 했지만, 전 시간 1번 타자는 필라델피아 이적부터다.
필라델피아가 2021시즌까지 MLB 통산 7년간 타율 0.237, 12도루(11실패)에 그쳤던 슈와버를 1번 타자로 기용하는 것을 두고 자연스럽게 갑론을박이 일었다. 아무리 ‘강한 1번’이 새로운 추세라고 하지만, 슈와버는 상식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슈와버의 타율이나 도루가 아닌 인내심에 주목했다. 타석에서 그는 늘 신중하게 상대 투수의 공을 골라냈다. 그 덕분에 출루율은 늘 타율보다 1푼가량이 높았다. 1번 타자에서 특유의 홈런까지 펑펑 때려준다면 타선의 강력한 무기가 될 거로 생각했다.
필라델피아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적 첫해인 2022시즌 슈와버는 46홈런을 때리며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타율은 0.218에 그쳤지만 출루율은 그보다 1푼 이상 높은 0.323을 기록했다. 1번 타자로 3년째 활약이 이어지면서 초창기 그를 향했던 의구심도 이제는 거의 잦아들었다. 롭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은 지난 2년간 ‘1번 타자 슈와버’와 관련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톰슨 감독은 “어차피 계속 쓸 거로 생각하니까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슈와버의 통산 선두타자 홈런은 이날까지 포함해 모두 44개로 역대 9위다. 전설적인 도루왕 리키 헨더슨이 81개로 이 부문 역대 1위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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