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테스트만으로 17만 명 홀린 '데드록'의 비결
엄청난 화력이다. 밸브 신작 '데드록'이 비공개 테스트만으로도 17만 명이 넘는 게이머들을 홀렸다. 초기 테스트 단계임에도 동시 접속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다.
현재 테스트 중인 데드록은 어딘가 엉성하다. 캐릭터 콘셉트도 아직 모호하고, 밸런스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UI는 임시방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왜 수많은 게이머들이 데드록의 초대 코드를 얻기 위해 아우성칠까. 간단하다. 그냥 재밌기 때문이다.
게임의 뼈대는 이미 탄탄하다. 최상급 공사를 마치고 인테리어만 남긴 빌딩 같다. 밸런스만 조금 가다듬고 지금 당장 출시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테스트 단계지만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몰린 이유는 데드록이 가진 '순수 재미'도 있겠지만, 밸브의 신작이라는 이름값도 한몫했을 것이다. 협동 슈팅 게임의 아버지와 같은 '팀 포트리스2', MOBA의 토대를 마련한 '도타2'를 만든 밸브가 두 게임을 합친 신작을 냈으니 관심이 안 갈리 없다.
김칫국부터 마시자면 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롤은 한국의 국민 게임으로 오랜 시간 군림한지 오래고, '오버워치'라는 영웅 기반 하이퍼 슈터가 이미 흥행한 전례도 있다. TPS는 배틀그라운드 덕분에 익숙하다.
■ MOBA와 TPS의 절묘한 결합
데드록은 TPS와 MOBA를 결합한 게임이다. 큰 틀은 MOBA의 문법을 따르되 전투는 3인칭 슈팅 게임으로 펼쳐진다. 국내 유저들은 '배틀 그라운드'로 TPS에, '리그 오브 레전드'로 MOBA에 익숙하니까 데드록의 몇몇 개념만 숙지하면 무난히 즐길 수 있다.
큰 틀이 MOBA니까 데드록에는 라인전과 CS 개념이 있다. 총 4개의 라인이 있고, 소위 '정글몹'으로 익숙한 중립 몬스터도 존재한다. 각 라인은 캐릭터에 따라 정해지지 않고, 시작 시 랜덤하게 배분된다.
다만, 데드록은 경험치가 없다. 대신, '소울'이라는 골드 겸 경험치 역할을 하는 자원이 있다. 소울 획득량에 따라 스킬을 배우고, 아이템을 구매한다. 경험치와 골드가 별도로 존재하는 롤과 달리, 캐릭터의 강함의 척도를 소울의 총량으로 확인하기 쉽다.
소울 획득 방법은 롤이나 도타와 같다. 롤의 미니언에 해당하는 '트루퍼'를 막타치면 소울을 얻는다. 차이가 있다면 데드록은 막타의 유예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트루퍼가 죽으면 일정 시간 동안 깜빡인다. 깜빡이는 동안에는 언제든 막타를 쳐서 소울을 딴다.
도타 개발사인 만큼 롤보단 도타 시스템에 더 가까운 요소도 있다. 바로 '디나이' 개념이다. 막타를 쳐서 소울을 얻으면 공중에 새로운 소울이 떠오르는데, 이 소울을 총으로 쏘면 추가 소울을 수급한다.
이 소울은 중립 개념으로 상대가 나보다 빨리 쏠 경우 상대가 획득하는 방식이다. 디나이 당하는 게 싫다면 상대방보다 먼저 쏴야 한다. 단순히 라인을 밀어넣고, 딜 교환을 하는 전략이 능사가 아니란 의미다.
디나이는 중립 몬스터에게도 해당한다. 이는 맵 중앙에 위치한 롤의 '바론'과 같은 대형 오브젝트를 처치할 때도 동일하다. 오브젝트 막타에 성공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롤과 다르게 처치 시 버프가 바로 적용되는 방식이 아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는 초록 크리스탈을 차징한 근접 공격으로 터트려야만 버프를 받는다. 이는 상대방도 동일하다. 갑작스레 난입한 적이 스턴을 걸고 버프만 쏙 빼먹고 도망갈 수도 있다.
■ 총뿐만 아니라 주먹도 잘 써야 한다
앞서 설명한 디나이 개념 때문에 탄창 관리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아이템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초반에 더욱 그렇다. 소울이 떠오르고 있는데, 재장전 중이라면 상대에게 소울을 헌납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정된 총알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데드록의 또 다른 재미인 셈이다. 적을 견제하는 데 사용할지, 라인을 밀어넣는데 할애할지, 소울을 먹는데 쓸지는 상황마다 다르다.
이를 보다 다채로운 양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있으니 바로 근접 공격이다. 모든 캐릭터는 주먹을 휘두르는 방식의 근접 공격이 가능하다. 짧게 누르면 약공격, 길게 누르면 강공격이다.
근접 공격은 여러 메리트가 있다. 일단, 대미지가 상당히 높다. 또한, 근접 공격으로 트루퍼를 처치하면 소울을 한 번에 딸 수도 있다. 근접 공격으로 CS를 먹으면 디나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주먹을 쓰는 만큼 재장전 과정도 없다.
대신, 슈터 장르인 만큼 은엄폐가 중요한 게임에서 몸을 밖으로 드러내고 CS를 먹는 행위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트루퍼에 근접하니 몸이 노출되는 시간도 길다. 리스크를 고려해서 사용하는 선택이 중요하다.
근접 공격은 단순히 CS 수급뿐만 아니라 교전에서도 장점이 명확하다. 중립 지역 이동 중에 갑작스레 적과 마주쳐 근접 교전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탄창을 다 써버린다면 재장전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이 근접 공격이다. 대미지가 상당히 높은 근접 공격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리스크도 있다. 일종의 패링 개념이 있다. 방어를 통해 근접 공격을 막을 수 있는데, 이 때 방어가 성공하면 도리어 스턴에 걸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 데드록의 정수는 라인 시스템에서 시작한다
데드록은 라인마다 레일이 배치돼 있고, 아군의 트루퍼가 전선을 형성한 곳까지 레일이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플레이어는 이 레일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레일의 길이는 미니맵에 색상으로 표시된다. 이것만 봐도 각 라인의 상황이 직관적으로 파악된다.
설명만 들어도 라인 관리의 중요성이 와닿지 않는가. 아군의 트루퍼가 전진한 곳까지 레일이 배치된다는 얘기는 라인을 밀어 넣을수록 길게 형성된다는 뜻이다. 이는 곧 맵을 넓게, 그리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메리트다.
세로 이동은 레일이 있기 때문에 빠르지만, 가로 이동은 느리다. 직접 걸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건물이나 엄폐물의 배치 때문에 직선 주로가 없다. 이런 빈틈을 이용한 전략이 데드록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데 바로 '백도어'다.
이 때문에 라인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바로 근접한 라인이 아니라면, 한타나 대규모 교전이 발생했을 때 라인을 밀고 건물을 부수고 도망가기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백도어를 하며 라인을 밀어 넣으면 도주로인 레일도 같이 길어져 타율이 높다.
레일 시스템으로 여타 MOBA보다 스노우볼이 빠르게 굴러간다. 레일을 활용해 집을 갔다가 다시 전장으로 복귀하기 용이한 덕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불리한 팀 입장에서는 최소 1개 라인은 밀어 넣어야 승산이 생긴다.
데드록은 소규모 교전을 시스템적으로 자주 발생하게 만들었다. 여타 MOBA 게임과 달리 와드가 없어 적과 갑작스레 마주친다. 맵 곳곳에 추가 소울을 수급할 수 있는 오브젝트와 중립 몬스터도 많다.
대표적인 예시로 소울 항아리가 있다. 미식축구를 연상케 하는 룰을 지녔다. 소울 항아리는 맵 좌측, 혹은 우측에 만들어진다. 이를 반대편 라인까지 가져가 골인 지점에 넣으면 팀원 전체가 소울을 얻는다.
재밌는 점은 소울 항아리를 소지한 동안은 총이나 스킬을 사용할 수 없고, 이동 경로가 미니맵에 노출된다. 한마디로 "나 여기 있어요"라고 광고하는 셈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공짜로 소울을 줄 수 없고, 위치도 파악이 되기에 교전을 걸 수밖에 없다.
■ 도타2 기반의 독특한 아이템
아이템 시스템도 독특하다. 아이템의 종류는 무기, 생명, 마법 총 세 갈래로 나뉜다. 무기는 기본 공격, 생명은 회복, 마법은 스킬 대미지 등에 영향을 미친다. 각 아이템은 종류별로 4개씩 장착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롤의 타워 개념인 '워커'를 하나씩 파괴할 때마다 '플렉스'라는 별도의 칸이 열려 종류 관계없이 추가로 최대 4까지 장착 가능하다. 플렉스만 보더라도 데드록은 라인을 밀어 넣고 타워를 부수는 MOBA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아이템은 캐릭터의 기본 능력 상승 외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다. 헤드샷 대미지를 늘리고, 스킬 쿨타임을 줄이거나, 스킬 범위와 지속시간을 늘려준다. 직접 사용해야 하는 액티브 아이템도 있다.
모든 MOBA 게임이 마찬가지이지만, 사용하는 캐릭터의 맞춰 빌드를 짜는 것 외에도 유동적으로 상황에 맞는 아이템 구매가 중요하다. 롤에서 상대 '아트록스'가 괴물인데, 치감템을 안 갈 수 없지 않는가.
데드록도 마찬가지다. 팀원의 CC기가 적다면 누군가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CC 아이템을 사야한다. 테스트 빌드 상으로 체력 리젠의 효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적절하게 치감템을 섞어주는 선택도 중요하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라면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어떤 아이템을 가야하는지 잘 모른다. 이것은 게임 하수나 고수 모두 동일하다. 데드록은 도타2와 마찬가지로 다른 플레이어의 빌드를 게임 내에서 실시간으로 참고할 수 있다. 손쉽게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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