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휴전 90% 합의했는데...” 마지막 열쇠, 필라델피 회랑 뭐기에
필라델피 회랑 군 주둔 문제가 핵심
이집트와 가자 국경 14km 길이 통로
땅굴 통해 하마스가 무기 등 반입
“터널 150개, 트럭 다닐 만큼 크다”
네타냐후, 휴전 2단계서 철군 시사
다국적군이 주둔하는 방안 등 제기
전문가들은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의 생명줄’과 같다고 본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를 부인하면서 ‘바이든 휴전안’대로 이스라엘군이 가자 전역에서 철군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바이든 휴전안 2단계에서는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부 시사한 가운데, 미국 등 중재국들이 필라델피 회랑에 다국적군을 주둔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 하에 협상 중인 휴전 합의문 초안은 총 18개 항목으로 구성됐고 이 가운데 14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90%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며 “최종 합의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문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포로 교환 명단과 비율 문제는 과거에도 막판에 합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서 핵심 사안은 필라델피 회랑 군 주둔 문제로 볼 수 있다.
필라델피 회랑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국경을 따라 북쪽 지중해에서 남쪽 이스라엘까지 이어진 길이 14㎞, 너비 100m의 통로다. 회랑 중간에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통로인 라파 검문소, 남쪽 끝에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통로인 케렘 샬롬 검문소가 있다.
하마스에게 우호적인 국가들도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는 하마스가 이집트로부터 무기와 연료 들을 몰래 가자지구로 반입하는 지하 터널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일 브리핑에서 필라델피 회랑을 하마스의 생명줄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지하 터널은 사람이 포복해서 통행하는 정도의 ‘땅굴’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터널의 크기는 용도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트럭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큰 터널도 있다.
미국 NBC방송은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에 약 150개의 크고 작은 지하 터널이 있다고 집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라델피 회랑이 14km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m마다 최소 1개의 터널이 있는 셈이다.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통제권 확보는 그래서 하마스 절멸을 주창해 온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였다. 집권 유지를 위해 극우 연정이 필수적인 네타냐후 총리가 ‘양보하라’는 국내외 압박에도 불구하고 직접 프레젠테이션(PT)까지 진행하며 필라델피 회랑에의 군 주둔을 고집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의 평화 협정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따라 필라델피 회랑에 중무기를 제외한 제한된 규모의 병력만 둘 수 있게 됐다. 2005년 유대인 정착민들과 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에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지역을 관리했다.
하마스는 2007년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이 올해 5월 필라델피 회랑을 재점령했다.
다만 휴전 협상이 지연돼 국내외 압박이 심해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휴전 2단계가 시행되면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하겠다고 하마스와 합의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단계에서 이스라엘은은 하마스로부터 생존 인질 전원을 돌려받는 대가로 가자지구 전역에서 철군해야 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4일 발언 때문에 나온 추측이다. 그는 이날 “미국과 영구적인 휴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병력 철수를 고려할 의향이 있지만 무기 밀수 등이 방지될 때까지 우리는 회랑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영구 휴전 조건에는 필라델피 회랑이 뚫리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를 두고 이스라엘이 2단계 논의 안건인 영구 휴전 범위 내에서 군 철수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회랑 통제 주체를 이스라엘로 명시하지 않은 데 대해 일각에서는 다국적군을 주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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