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한국 경제 1년6개월 만에 역성장…수입 늘고 투자·소비 부진
건설투자 1.7%↓·설비투자 1.2%↓·민간소비 0.2%↓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 성장률이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같이 0.2% 역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입의 증가로 1분기 성장(1.3%)을 이끌었던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을 깎아내린 데다 투자와 민간소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잠정치)은 -0.2%로 집계됐다.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에 역성장하면서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 기조가 깨졌다. 건설투자(-0.7%포인트)와 정부소비(-0.1%포인트) 성장률은 속보치보다 낮아졌지만, 설비투자(+0.9%포인트)와 수출(+0.3%포인트), 수입(+0.4%포인트)은 상향 조정됐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늘었다. 하지만 원유·천연가스·석유제품 등 위주의 수입 증가율(1.6%)이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원유·천연가스 등 수입품 가격 상승률이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보다 더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한 탓에 실질무역손실이 지난 분기보다 확대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정부 소비는 물건비를 중심으로 0.6% 늘어난 반면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1.2% 축소됐다. 건설투자의 경우 1분기 3.3%나 늘어 성장을 주도했지만 이번 분기에는 1.7% 뒷걸음쳤다.
2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0.3%포인트)·설비투자(-0.1%포인트)·민간 소비(-0.1%포인트)가 모두 1분기 보다 뒷걸음쳐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1분기 기여도가 0.8%포인트에 이르던 순수출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2분기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유일하게 정부소비가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렸다.
업종별로 보면 농림어업의 성장률이 4.4%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도 운송장비 중심으로 0.8%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은 건물·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6.0% 급감했고, 전기·가스·수도업도 1.0% 역성장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운수업·부동산업은 늘었지만, 정보통신·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은 1분기와 같은 부진한 수준(성장률 0%)을 보였다.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0.9% 증가했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7조7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줄어 명목 GDP 성장률(1.0%)을 밑돌았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국내 노동력·자본 등 생산 요소가 나라 밖 생산 활동에 참여해 받은 소득을 말한다.
실질 GNI는 1.4% 감소했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이 11조3000억원에서 16조6000억원으로 늘고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5조9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줄면서 성장률이 실질 GDP(-0.2%)보다 낮았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국외순수취요소소득과 관련해 "2분기는 원래 외국인 배당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한데, 그런 계절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현금 배당이 늘고 외국인 주식 보유가 증가하면서 해외 배당 지급액이 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하반기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 부장은 "2분기 역성장은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조정 측면이 강하고 상반기로만 보면 전년 동기비 2.8% 성장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하반기 수출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기업 투자 여력이 증대되는 가운데 가계 실질 소득도 개선되면서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는 내수 회복도 속도를 낼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강 부장은 "최근 소매 판매 자체는 부진했지만,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웃돌고 있고 서비스 생산지수도 두 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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