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이 좋다"...취임 2년 반 만에 등장한 LS전선 구본규 사장이 고마움 표한 사람은
"전기화 트렌드, 15년은 갈 것"
"운 잡을 수 있게 미리 투자한 임직원께 감사"
LS전선이 2023년 6조2,000억 원 수준인 매출 규모를 2030년 1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탄소중립 이슈 등으로 전력 시장의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기업을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데이'에서 "전기화(electrification)라는 메가 트렌드가 15년 정도는 지속할 것이고 미래가 굉장히 밝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LS전선 상장은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아주 먼 미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선 현시점에서 돈을 잘 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고 그 이후 상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S가 오너 3세인 구 대표가 2022년 3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 나온 건 이날 행사가 처음이다. 그는 "시장의 메가 트렌드는 저와 상관없이 생기는데, (취임 전후) 운이 좋았다"며 "제가 운을 잡을 수 있도록 해저 케이블에 투자하신 구자열 회장(현 LS 이사회 의장)과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잡은 기회를 잘 올라타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L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셋째), 구평회(넷째), 구두회(다섯째) 등 삼형제가 2003년 출범시켰다. 오너 1세대 경영이 끝난 2004년부터 2세들이 9년 주기로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구자홍·구자열·구자은 현 회장으로 이어진 '사촌 경영'으로 구씨 일가는 그룹 계열사에 퍼져 각자 사업을 이끌고 있다.
구본규 대표의 부친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LS그룹 회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형인 구자홍 회장이 9년 임기를 마치고 사촌동생인 구자열 LS 의장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13년 간판 계열사인 LS전선 회장을 맡아 LS전선과 LS그룹 전성기를 열었다. 구본규 대표는 2007년 LS전선 미국 법인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해 2022년 LS전선 부사장 겸 대표이사, 2023년 사장 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가 LS전선을 중심으로 LS머트리얼즈와 LS EV 등으로 경영권을 넓히면서, 재계에서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IG, LS, LX, LF, 아워홈처럼 LS그룹 내부에서도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美, IRA 폐지 안 할 것"
'물 들어온' 전력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LS전선은 2030년 매출 10 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①해저 케이블 시장에서의 강력한 우위를 이어가고 ②IDC 설루션으로 미래 성장도 이끈다는 계획이다.
구 대표는 이를 위해 "미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2028년 미국 버지니아 공장을 완공한 뒤 미국 내 최대 해저케이블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다. 그는 "몇 달 전에 미국 상하원 의원을 만나고 다니면서 LS전선이 미국 연방 정부·주·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며 "백악관은 물론 주 정부, 지역 사회까지 '저인망식'으로 네트워킹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이 나오는 것을 두고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미 집행된 정책을 백지화하기는 힘들 것이고 미국은 연방국가여서 (차기 대통령이) 주 정부도 의식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그는 "버지니아주도 공화당 집권주지만 주의 인력, 자금 유치 등을 의식해 (LS전선 공장 착공을) 허가했다"며 "(IRA 폐지) 리스크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한전선과의 해저케이블 기술 분쟁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대한전선이 LS전선의 설계 도면을 훔쳤다는 의혹에 대해 "지금은 단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만약 우리가 갖고 있던 지식재산(IP)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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