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오락가락 메시지’…속내는 협상 혼선·필라델피 주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이집트 접경 지역인 필라델피 회랑 철군 문제를 두고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협상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대외적인 메시지가 이례적으로 크게 상충해 진의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협상안 약 90%가 합의됐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협상의 모든 단계를 지키지는 않으리란 회의론도 나온다.
보도를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공개 발언에서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필라델피 회랑 주둔이 “전략적 필수”라고 언급했으며,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도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선 그들이 무기와 물자를 밀수하는 데 사용해온 국경 지역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시작된 이래 필라델피 회랑 포기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협상에 참여한 다른 이들이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대외적인 입장과 상충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협상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3단계 협상안 중 2단계에서 필라델피 회랑에서 모든 군대를 철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집트 측에선 “1단계에서 이스라엘군 절반가량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할 것”이란 전언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철수 문제는 협상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철수 불가’를 굽히지 않으며 협상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 자신과 협상 관계자들의 말이 엇갈리며 어느 것이 이스라엘의 진짜 의중인지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 이집트 측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다”며 상충하는 메시지가 중재국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러한 혼란을 의도했는지, 의도했다면 그 목적은 무엇일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과 같은 수준으로 메시지가 상충하는 건 전례가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운동 컨설턴트 달리아 셰인들린은 네타냐후 총리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도 “이번은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평소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요하난 플레즈너 이스라엘민주주의협회 대표는 “그의 지난 2일 기자회견은 아마도 국민과 특히 자신의 지지 기반인 극우층에게 ‘정부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안심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는 정치의 달인이다. 그렇지만 대중에게 밝힌 입장과 협상 중재국에 전달된 입장 간 차이는 네타냐후임을 고려한다 해도 매우 예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통일되지 않은 메시지를 내는 사이, 협상장 안팎에선 이스라엘이 협상 1단계까지만 동의하리란 회의론이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현재 협상 논의는 3단계 휴전안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는 6주 전투 중지와 가자지구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2단계는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및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전역 철수로 구성된다. 2단계는 영구적인 휴전을 포함한다. 3단계는 가자지구 재건이다.
한 이집트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1단계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2단계에서 인질을 얻고 난 다음 ‘우리는 이 상태를 더 이어가지 않겠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즉 이스라엘이 2단계를 깨고 전투를 이어가리라는 것이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이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협상이 90% 가까이 합의에 이르렀으나 필라델피 회랑 철군과 인질 교환 등 핵심 쟁점 2개를 남겨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협상 합의문 초안은 총 18개 항목이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 중 14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90%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 최종 합의는 이스라엘군 주둔과 포로 교환 문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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