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르사유의 장미’ 김지우 “‘멋있다’는 말 기뻐…후회 없는 무대 하고파”
“‘베르사유의 장미’ 보고 자란 세대, 부담감 커 못한다고 도망다녀”
“온 에너지 다해 공연 잘 마무리하는게 목표”
김지우는 지난 7월 16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무대에 오르고 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오스칼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인간애를 프랑스 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1972년 연재 이후 누적 2천만 부 이상 판매된 고전으로, 1993년 국내 애니메이션 방영 최고 시청률 28%를 기록하며 남녀노소 불문하는 사랑을 받았다.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역을 맡은 김지우는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고 자란 세대다. 오스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검술도 잘하고 잘생겼는데 예쁘고 금발이다. 어릴 때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내가 이걸 잘 못 표현하면 많은 사람들의 환상을 깨는게 아닐까 부담감이 컸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못한다고 도망다녔다. 근데 옥주현 언니가 오스칼을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노래를 더 못하겠다고 도망다녔다. 언니가 ‘우리가 오스칼을 멋있게 표현해서 오스칼을 떠오릴 때 우리를 떠올릴 수 있게 하면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 부담감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점점 공연이 재밌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픔은 지난해 12월 완성해 뮤지컬 콘서트까지 개최했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공연 개막을 연기했다.
김지우는 “처음에 공연이 밀렸을 때는 너무 아쉬웠다. 감동적인 작품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컸다”고 말한 뒤 “반면에 미뤄진 기간에 다른 걸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만화 이외에 작가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글, 팬들이 쓴 글들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고 프랑스 혁명 이야기라서 어떻게 접을 해서 관객들이 가까이 느낄까 고민이 많았는데 그 갭차이를 줄여나가는 시간이 된 것같다”고 털어놨다.
오스칼은 왕실을 호위하는 자르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나 아들로 키워진 인물로, 아버지의 바람대로 왕실 근위대 장교가 되어 마리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는 인물이다. 남장여자로, 군인이기 때문에 검술 등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김지우는 “여자로 태어나서 남자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오스칼의 감정을 이해하는게 어려웠다. 연출님께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고 “군인으로 자라서 말과 행동에 절도가 있어야 했다. 내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니 걸어나오는 것부터 여자인게 티가 나더라. 칼을 휘두르는데 골반이 먼저 빠지기도 했다. 자세를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칼을 들고 검술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공연 때 드게메네 공작 역의 승원 오빠가 저 때문에 한 번 다쳤다. 정말로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그런 사고가 일어나니까 그때부터 검술이 무섭더라. 내가 다치는게 나은데 상대방이 다치니까 많이 무섭더라”면서 “매 공연 한시간 전에 무술 콜이 있다. 검술 액션을 꼭 맞추고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김지우는 “‘멋있다’는 말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줄 몰랐다.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기분 좋더라. 남자들이 이런 기분인건가. 생소한 기분인데, 칭찬을 들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 내가 군인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재밌는 DM(다이렉트 메시지)가 많이 온다. ‘언니랑 결혼하려면 레이먼(남편)을 쓰러뜨려야 하나요’라는 메시지도 받았다. 여자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인정받은 것 같은 기쁨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공연된다. 종연을 한 달여 앞두고 김지우는 ‘베르사유의 장미’에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넣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지우는 “이 공연을 잘 마무리하는게 목표다. 매번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마지막까지 공연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 사실 공연 마지막에 앙드레를 떠나보내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살살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뒤가 와장창 깨져버려 공연을 망쳤다. 그래서 쏟을 수 있는 만큼 다 쏟아야겠다는 마음이다”라며 “나도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다니는 입장에서 배우가 아끼는 모습을 보면 짜증난다. 남편, 딸까지 세 장을 예매하면 50만원이 뚝딱이다. 대충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소리를 다 내고, 에너지를 다 쓰고 싶다. 후회 없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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