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북녘땅으로 확장될 때 ‘광복’ 완성될 것

선경철 2024. 9. 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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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폭염의 여름은 우리 곁을 떠나갔다. 9월 들어 아침 저녁으로 북녘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가을이 결실의 계절인 것은 봄철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날 강렬한 햇볕과 비바람 덕택이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가을날 붉은 대추를 보고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천둥, 벼락 및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 같다”고 읊조렸다.

여름날 햇볕이 강했던 제79주년 8·15 광복절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헌법이 명령한 대통령의 책무인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 그리고 국제사회에 선언하였다.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는 ‘통일’이며 자유 민주 통일국가가 만들어지는 날 ‘진정한 광복이 완성된다’는 점을 천명했다. ‘자유’의 가치로 광복을 완성하고 ‘통일’의 지향점을 제시하였다. 3·1 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6·25 전쟁과 분단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근본 가치는 ‘자유’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리 앞에 남겨진 마지막 과제는 ‘통일’이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북녘땅으로 확장될 때 ‘광복’이 완성될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주년, 새로운 비전 주목

지난 1994년 여야 합의로 채택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금년에 3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요원해져 가고,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화되었으며 분단의 고착으로 우리 국민의 통일 인식이 점차 약화되었다. 기존 냉전 국제정치 상황에서 ‘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국가’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 추진 모델은 민족 우선주의에 기반한 통일 개념이었다. 1990년대 초반 냉전이 종식되면서 자유민주주의 통일 낙관론이 팽배하였지만, 현재도 스트롱맨들이 통치하는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세력들의 패권주의는 지속되고 있다.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세월이 지나면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궁극적으로 도달할 통일의 모습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추진전략이 부재했다는 점이 노출되었다. 통일은 정권 간 인위적 협상이 아닌 대한민국과 북한 주민이 통일 주체이자 추진 세력으로서 통일역량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action plan)이 필요해졌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는 담겨있지 않았던 미래 통일의 모습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전략도 중요해졌다. 

8·15 통일 독트린, 자유 통일 위한 새 통일담론

<8·15 통일 독트린>은 ‘3대 비전’, ‘3대 추진전략’, ‘7대 추진방안’의 3-3-7 구조로 제시되었다. 3대 통일 비전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국제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선도하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다. 3대 통일 추진전략은 ▲자유통일을 추진할 자유의 가치관과 역량 배양 ▲북한 주민들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 등이다.

마지막으로 실행계획인 7대 통일 추진방안은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전개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추진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역량에 반영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 ▲‘국제한반도포럼’ 창설을 통한 국제사회의 자유 통일 지지 견인 등이다. 

윤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보여주기식이 아닌 남북 간 실질적인 협력을 논의하고 이행하는 ‘대화협의체’를 북한에 제안했다. 북한 인권 개선 위한 국제사회와의 다차원적인 노력을 전개하여 국제회의 개최, NGO 및 우방국 국제기구와의 동조 등을 강조했다. 

특히 ‘북한 자유 인권 펀드’ 조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민간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1.5트랙 차원의 참여국가를 확대하는 등 ‘국제한반도포럼’을 활성화하여 통일문제의 국제협력을 체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2024 국제한반도포럼, 모든 구성원 차별 없이 보편적 가치 공유

통일부는 통일독트린의 7가지 추진방안을 구체화하는 후속 작업에 착수하였다.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 추진방안으로 9월 3~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 ‘2024 국제한반도포럼(GKF)>을 개최하였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 통일준비를 위한 북한 실상 이해, 새로운 통일담론의 의미와 국민적 합의, 미국 대선과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 역대 한국 정부의 대북통일정책과 새로운 통일담론, 북한인권 실태와 개선 방안,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와 통일 한반도의 역할 등 7개 대주제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필자는 ‘새로운 통일담론의 의미와 국민적 합의’ 세션에 패널로 참가하여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생산적인 통일담론을 형성할 것인가를 발표하였다. 특히 미국에서 참가한 학자 및 전문가들과 <8·15 통일 독트린>을 새로운 통일담론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포럼의 목적 중의 하나는 최근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고 있는 남북의 미래세대들의 통일 인식 확산과 비전 공유다. 통일 대한민국은 전쟁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안전한 미래를 보장할 것이며 모든 구성원이 차별 없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할 것이다. 

정부는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통일을 지양하며 북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통일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자 한다. 통일의 주인공인 미래세대의 남북한 청년들이 통일 대한민국의 비전과 희망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우리 국민 모두는 미래 먼 훗날 통일을 위해서 분단 그 시절 그대는 ‘무엇을 했는가(do something)’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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