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최후의 보루' 셧다운 위기…"소아 응급실은 지자체 지원해야"
응급 환자에게는 '최후의 보루'인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가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의사가 부족해 진료 차질이 우려되는 '위험 응급실'로 지정한 25곳 중 18곳이 권역센터다. 전체 권역센터의 40%나 된다. 일각에서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이송 시스템 등의 개선 없이 '숫자 늘리기'만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응급의료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 급한 소아·청소년 진료에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29개 권역, 총 44개의 권역센터가 지정돼 있다. 권역센터는 응급실이 갖춰야 할 시설·인력·장비를 제대로 갖춰 '응급실의 끝판왕', '최상급 응급실' 등으로 불린다. 중증 환자 중심의 진료에서 대형 재해 ·재난 발생 시 응급의료 지원, 이에 대비한 교육 등 행정 업무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이다.
권역센터 지정은 사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권역은 특정 범위의 지역을 말하는데, 어떤 수술·시술이든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그 지역에서 끝내라는 의미로 권역센터가 시작됐다. 실제 권역센터는 하위 체계인 지역응급의료센터·기관과 비교해 응급 전용 수술실, 전용 중환자실 등의 설비와 전문의 숫자 등 인력 기준이 더 까다롭다. 대신 정부로부터 매년 수억 원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진료 행위에 10~20%씩 가산 수가가 붙는 혜택이 주어진다.
권역센터로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를 관리할 수 있고, 병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응급 인력·시설·장비를 확충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 '윈윈'(WIN-WIN)이다. 환자 밀집도가 비교적 낮고 시설 등을 확충해야 하는 종합·상급종합병원의 수요가 더 높은 이유다. 실제 빅5 중에서 국립인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권역이 아닌 지역센터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미 환자가 많아 굳이 추가 비용을 투입하고 행정적인 부담을 지면서 권역센터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권역센터라도 의사 부족, 배후 진료 차질, 환자 쏠림 등 전공의 이탈로 인한 변화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당수가 대학(종합)병원으로 중증 비율이 높아지는 등 업무량이 늘어도 수익이 제한적이다 보니 추가 인력 채용에 선뜻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의 경우 인력 기준을 맞추려 외부 스태프를 초빙하지만 이 비용이 최근 4억원대까지 오르면서 부담이 훨씬 커졌다. 전공의 이탈 후 일반·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몰리지만 다른 병원에 환자를 보낼 수 없는 권역센터의 특성도 '의사 번아웃→이탈'이란 악순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위해 의사 수당과 수가가 임시로 올랐지만, 몸값이 치솟는 의사를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의료 현장의 목소리다. 중증 위주로 환자를 받아 업무량을 조절하는 방안도 있지만 자기 부담금 인상 등은 실비보험이 적용되는 만큼 경증 환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따른다. 당분간 응급실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기도가 아주대병원 권역센터에 한 것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병원에 직접 인건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직접적인 지원이 실효성 있고 즉각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응급 진료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발의해 올해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일명 달빛어린이병원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야간과 공휴일에 소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이 법률은 공포 후 지난 7월 31일 자로 시행됐다.
보건복지부 소아응급환자 진료 실태 점검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응급실 70%는 소아 응급 환자 진료를 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전공의 이탈 후 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열과 함께 경련 증상을 보인 2세 A양이 1시간 동안 총 11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이송 거부됐다가 뇌 손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야간·휴일 진료하는 의료기관 지원에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아직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은 "영세한 아동병원 등은 지자체 지원이 크다. 병상 확보·의사 충원 등 소아 응급 진료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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