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11번가 넘어 SK까지 불통튈라...진화 나선 SK스퀘어

김민우 기자 2024. 9. 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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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은 11번가 대표/사진제공=11번가

SK스퀘어가 자회사 이커머스 11번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말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 이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11번가에 대해 모회사가 지원 의지를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 이후 컬리, 11번가 등 장기간 적자를 내고 있는 이커머스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느낀 SK스퀘어가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자칫 11번가가가 쓰러질 경우 모회사인 SK그룹이 입을 수 있는 타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안정은 11번가 대표는 4일 판매자 공지를 통해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가 11번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11번가와 SK스퀘어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 80.26%를 보유한 모기업이다. 하지만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11번가는 현재 FI(재무적투자자) 주도의 매각작업이 진행중이다.

SK스퀘어는 2018년 11번가를 5년 내 기업공개(IPO)하는 조건으로 국민연금 3500억원,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의 블라인드 펀드 1000억원, 새마을금고 500억원 등 총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실패 시 SK스퀘어가 원금에 이자를 더해 FI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SK스퀘어가 이를 포기하면 FI가 대주주 SK스퀘어의 지분까지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을 보장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콜옵션을 포기했다. FI주도 매각시 투자자 원금회수를 우선하는 '워터폴'(waterfall) 조항이 포함돼 있다. 투자자들이 회수해야할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5500억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질 경우 SK스퀘어는 그동안의 투자금을 단 한푼도 건질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를 이커머스 사업 철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날 SK스퀘어는 11번가의 지원을 공식화 했다.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지원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티몬과 위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특히 이커머스의 누적결손금이 부각되면서 판매대금의 정산능력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있지 않으면서 누적결손금이 커지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위기설이 돌았다.

특히 2조 2615억원의 누적결손금을 가진 컬리와 튼튼한 모기업을 갖췄지만 매각을 추진중인 11번가마저 위기설에 휘말렸다. 이런 상황에서 SK스퀘어가 사실상 11번가가 자생력을 갖추거나 매각이 될 때까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매각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FI주도의 매각작업은 별개로 진행되더라도 매각 전까지 SK스퀘어가 모회사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소비자와 판매자(셀러) 모두가 안심하고 11번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힘을 싣겠다는 의미다.

자칫 11번가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 흔들릴 경우 모회사인 SK그룹 자체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의 마음을 움직인데에는 국민연금이 큰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는 최근 그룹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리밸런싱) 작업을 진행중인데 국민연금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11번가에도 투자금(3500억원)이 묶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가 지난해 콜옵션 포기를 선언하면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SK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며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SK는 여러가지 현안 때문에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가 11번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선제적으로 표명함으로써 국민연금 달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FI주도의 매각작업은 진행되고 있고 이와 별개로 11번가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셀러들의 고충이 심하기 때문에 모회사로 존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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