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개조한 버스서 숙식…‘골프 노마드’ 중2 황건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9. 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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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챔피언 꿈꾸는 2010년생 황건
KGA 등 아마추어 대회 출전해 실력 쌓아
올해부터 아버지와 함께 버스서 생활해
숙식 가능하도록 수천만원 들여 버스 개조
“매 대회 함께 여행하는 특별한 기분 들어”
황건(왼쪽)과 아버지 황성용 씨가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버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숙식할 수 있도록 개조된 버스틀 타고 전국을 누비는 프로 골퍼 지망생이 있다. 2010년생으로 만경중학교에 재학 중인 황건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비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와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등 유자격 대회에도 출전할 정도로 실력이 급성장했다. 아직까지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지만 컷 통과에 성공하는 등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는 황건은 최근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 골프 외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각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주차장에 세워놓은 버스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황건은 “골프장 주차장에 대형 버스가 주차돼 있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는데 몇몇 선수들이 버스에서 지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불편하거나 힘든 건 전혀 없다. 골프장 근처 숙소에서 생활할 때보다 이동 시간이 적어 잠을 더 잘 수 있는 등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황건의 투어 버스 생활은 아버지 황성용 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막내아들이 골프와 캠핑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아버지 황 씨는 중고 버스를 구입한 뒤 숙식이 가능하도록 직접 개조했다.

아버지 황 씨는 “매 대회 숙소를 잡는 게 쉽지 않고 아직은 출전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대기자 신분이기 때문에 고민 끝에 아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버스를 제작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아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전혀 아깝지 않다”며 “잠을 자고 밥을 해먹는 등 버스에서 거의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 사춘기가 찾아올 나이인데도 불평하지 않고 항상 아버지의 말을 존중해주는 아들 건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는 황건은 “매 대회가 여행하는 느낌”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버지 덕분에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나처럼 생활하는 아마추어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버스에서 생활해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아들을 위해 희생해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버지 황 씨는 아들에게 연습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아마추어 골퍼지만 프로가 된 뒤에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골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적이 좋지 않아도 아들에게 따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보완해야하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건과 아버지 황성용 씨가 함께 생활하는 버스 내 침실. 임정우 기자
이른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진행되는 대회와 연습이 끝난 뒤에는 부자의 특별한 추억 만들기가 시작된다. 지난달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는 대회가 열린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주변의 시장을 방문해 부자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황건은 “라운드를 치른 뒤 연습까지 마치고 버스로 돌아오면 아버지께서 어디를 가고 싶은지 여쭤보신다.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기간에는 시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다. 앞으로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버지 황 씨가 피곤함을 무릅 쓰고 매일 저녁 아들과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특별한 시간이어서다. 그는 “아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다. 그래서 더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며 “내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것처럼 나도 똑같다”고 강조했다.

버스를 운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아버지 황 씨는 중장비 업체를 운영하는 만큼 버스 운전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투어를 누비기 위해 그동안 중장비 업체를 운영했던 것 같다. 버스 운전을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종종 한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는 아들과 함께 투어를 누비고 싶다. 올해부터 체력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40m인 황건은 자신의 장기로 퍼트를 꼽았다. 황건은 “그린 위에서의 플레이 만큼은 어떤 선수와 경쟁해도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드라이버 샷 거리와 아이언 샷 등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다”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언젠가는 꼭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PGA 투어 챔피언이 되고 싶다. 프로 골퍼로서 성공해 나에게 인생을 바친 아버지와 어머니께 제대로 보답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황건(오른쪽)과 아버지 황성용 씨가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버스 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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