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 "ESG 공시 의무화 초읽기… 경영·에너지 재설계"
2026년 의무화 대비 선제적 대응
온실가스 배출 산정 고도화 예정
"대부분의 회계 공시가 과거 데이터를 정리해 이뤄진다면, 기후가 재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려면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 등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해야 합니다. 국내 ESG 공시의무화 시행 전 충분히 예행 기간을 가져 언제 시작해도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6년 이후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시행이 유력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상황을 관망하는 가운데 LG유플러스는 기후위기가 재무에 미칠 위험과 기회 등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선제적으로 발간했다. 지난 6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함께 IFRS S1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 '기후 관련 공시' 보고서를 함께 내놨다. S1은 지속가능성 이슈와 관련한 재무 정보, S2는 기후 관련 공시를 작성할 때 쓰이는 기준이다. LG유플러스는 지속가능성 주제 중 가장 이슈로 떠오르는 기후 변화와 정보보안·정보보호 주제에 대해 보고서를 냈다.
이홍렬(사진) LG유플러스 커뮤니케이션센터 ESG추진실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자율에 맡겨졌던 ESG가 규제 영역에 들어오는 중요한 전환점에 접어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보고서를 통해 '물리적 위험'인 이상기온으로 늘어난 전기 사용량과 산불, 태풍으로 발생한 자산 손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고효율 냉방기 설비 개선 등 운영 비용 증가 재무 영향과 '전환 위험'인 전기료, 배출권 가격 상승, 저탄소 제품과 서비스 요구 증가로 발생한 재무 영향을 도출했다. LG유플러스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426억3700만원을 저탄소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하는 활동에 투입했다.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인식된 재무 영향 금액은 약 28억6900만원이었다.
이 실장은 "제도 시행 전 상세한 ESG 공시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ESG 공시 전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삼일회계법인과 손잡고 반년간 작업을 거쳐 결과물을 냈다"며 "글로벌 협약 등에서 제시한 분석 툴인 공공시나리오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로 발생하는 재무적 수치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미래 예측으로 비용을 일시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ESG 공시 전 내부의 반대도 있었지만, 공시 이후 보고서를 참조하는 파트너사가 늘어나는 등 외부 반응은 뜨거웠다.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CFD) 보고서 형태로 요약된 정보를 일부 공시한 기업이 있었지만, 통신 업계 최초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 기준을 따른 보고서를 발간해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다른 기업들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ESG 공시 고도화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고도화 시스템 정비, 공시 관련 교육 등에 나설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시 ESG 규제가 후퇴될 것으로 보고 ESG 공시에 대해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실장은 "미국 대선 이후에도 ESG 공시 트렌드는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공개초안을 공개했고, 오는 2026년 이후 의무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9월 이후 최종 기준이 발표될 것"이라며 "내후년 공시 의무가 시작된다고 하면 시스템 적용 등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ESG 공시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이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 행태도 ESG 공시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ESG 공시 의무화가 기업들이 친환경 등 ESG를 체질적·근본적으로 반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린워싱이 되지 않으려면 검증 가능한 데이터로 공시를 해야 하는 만큼 LG유플러스도 '내부 탄소가격제' 등 시스템을 고도화한 데이터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ESG 공시와 함께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대전 R&D 센터'의 태양광 발전 설비 구축에 더해 향후 건설할 신규 IDC를 비롯한 국사, 설비, 기타 부지에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릴 방침이다.
이 실장은 "전력구매계약(PPA)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LG그룹 차원의 재생에너지 공동 조달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 공시에 드러나지 않지만, 기기간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폰 등을 통해 통신 산업이 간접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국내에서는 통신산업으로 인한 국내 탄소배출 저감량이 4700만톤이며 국내 통신3사 배출량의 5.6배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며 "이같은 부분은 현재 ESG 공시 기준으로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통신 산업의 탄소 감축 기여도를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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