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잘된다 한들, 그게 나와 무슨 상관?” 팍팍한 삶, 달라지지 않는 이유 다 있었다.. “치솟는 물가에 집값, 빚만 늘었으니” 젊을수록 더 힘들어
고물가·고금리 영향.. 필수 소비재 가격 급등
가계 경제적 부담 여전.. 자산 불평등 심화도
주택 가격 상승→ 저소득 vs 고소득 박탈감↑
최근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체감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수출 경기가 좋아도 고용시장 등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습니다. 가계 소득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줄어 고물가·고금리 추세 속에서 늘어나는 가계 재정 압박을 덜어내는데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더구나 늘어나는 부채에 고금리로 인한 이자 등 상환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3,40대 가구의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높아진 집값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데다 박탈감을 더 키웠습니다. 산업구조와 소득, 자산 불평등 등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체감경기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경제성장률(GDP)은 회복 중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는데, 정작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바닥을 기는 게 다 이유가 있던 셈입니다.
■ 복합적 요인 작용.. “수출, 고용-가계소득 영향 약화”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이종웅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은 5일 블로그에 게시한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 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정보기술(IT) 기기 등 자본 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했다”라며 이같은 상황들을 정리했습니다.
한은은 글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IT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내수는 더딘 회복세를 나타내는 등 수출과 내수 간의 회복 속도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라면서 “이런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은, 전반적인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을 실제로 체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내수 업종의 종사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업황의 부진이 체감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수출 업황 개선으로 인한 긍정적 영향에 비해 더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실제 취업자 수를 가중치로 사용한 ‘고용 가중 성장률’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을 지속 밑돌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아무리 수출 경기가 좋아도, 결국 고용이나 가계 소득 등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체감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적했듯 반도체나 정보기술(IT) 기기 등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못했고, 첨단 분야에서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설비투자가 줄어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더 약화했다고 해석했습니다.
■ “고물가·고금리 압박”..저소득·고령층·자영업자·‘3040’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의 지속적인 영향 역시도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키는 주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실정인데다, 이는 주로 저소득층과 고령층에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봤습니다.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된다고 해도 필수 소비재 가격이 크게 올라 취약 계층의 체감 물가를 더 높이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시킬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리 인상이 자영업자와 30~40대 가구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 점도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자영업자의 경우만 해도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팬데믹 기간 강력한 방역조치 등으로 자영업자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한 가운데, 금리상승이 뒤따라 이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반면 음식과 숙박, 도소매 등 주요 자영업종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은 저하됐고 그 결과 자영업자의 연체율과 폐업률이 높아지고 전체 체감경기도 악화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이후 30~40대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단기 금융부채가 단기 금융자산보다 많은 이른바 ‘금리상승 손해층’의 주 연령층으로, 높은 가계부채에 고금리가 더해지면서 해당 연령층을 중심으로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때문에 한은은 “(이들 연령층이)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폭이 컸다”라며 “30~40대 가구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다른 연령대보다 더 위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 자산 불평등 심화→ ‘상대적 박탈감’ 증가
이에 더해 팬데믹 이후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한 주택가격도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요인이자, 체감경기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부동산 중심으로 자산 불평등 정도가 단기간 급격히 심화돼 계층 간 상대적 박탈감이 확대됐다는 얘기로, 한은은 “팬데믹 초기에 나타난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작년 상반기 이후 서울 등 주요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차별화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실제 경제적 만족도에는 소득과 자산의 절대적 변화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격차가 중요한데, 특히나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가구들은 자산 불평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과 2020년 주택가격 상승기 동안, 수도권에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의 자산 증가폭만 해도 비수도권에 비해 훨씬 컸고, 이는 자산 불평등을 더욱 부각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단기 경기 대응책 함께.. “구조개혁 정책 병행해야”
때문에 한은은, 앞으로 체감경기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겠지만,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수출 중심의 경제 회복이 고용과 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산업 구조 재편도 동시 추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은 측은 “향후 우리 경제는 내수가 회복 흐름을 재개함에 따라 수출·내수간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물가 둔화 흐름도 지속되며 체감경기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체감경기 부진에는 경기적 원인 외에도 구조적 요인들의 영향이 있는 만큼, 체감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체감경기 회복을 위해선 단기적인 경기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내수 산업의 균형발전,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한 물가수준 안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과 같은 구조개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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