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마다 들쭉날쭉" 주담대, 유주택자·전세대출 어떻기에
모기지보험 미적용·대출만기 축소는 동일
은행별 대출자산 달라…혼란 부분 손볼 듯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수요 관리에 나서자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대출 등 주거와 직결된 대출 취급 기준이 은행마다 제각각인 탓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던 금융당국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추석 연휴 전 은행권과 함께 혼란을 야기한 부분을 손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권에선 각 사마다 대출자산 경영 목표 등이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제각각" 비판 이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에서 가계대출 급증 추이를 막기 위해 들쭉날쭉한 상품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이복현 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대출수요 관리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후 은행들은 금리 인상 대신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마다 취급 기준이 달라 수요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관련기사: 이복현 "은행별 가계대출 들쭉날쭉 정책…실수요자 부담 없게 관리"(9월4일), 이복현 질책에…새 답안지 '대출한도 축소' 내놓은 은행들(8월26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취급 기준을 보면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과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하는 내용 등은 동일하다.
핵심 자격요건인 주택 소유여부에서 차이가 크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주담대 문턱이 가장 높다. 두 은행은 1주택 이상 유주택자 가운데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단 이사시기 불일치나 주택 갈아타기를 위한 주담대는 1주택자여도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로는 허용한다.
카카오뱅크 역시 무주택자에만 주담대를 공급하고 있다. 비대면 주담대 신청에 실패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자 지나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수도권 다주택자(2주택 이상)가 취급 제한 기준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주담대 취급 제한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전세대출 제한으로 인한 혼란도 만만찮다. 신한은행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를 막기 위해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의 전세대출을 막았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 주담대가 있는 경우 거주 중인 집에 세입자를 들이고 본인은 다른 집으로 전세살기 위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다.
우리은행도 갭투자용 전세대출 차단과 수도권 전세대출은 무주택자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조건부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막은 상황이다.
여기에 신규 입주 단지에 대한 전세대출 취급 기준도 달라 예비 입주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경영목표·대출잔액 달라 불가피…기준 통일땐 담합 논란도
각 은행별로 주담대와 전세대출 취급 기준이 천차만별인 것은 가계대출 잔액과 올해 설정한 경영 목표 등이 달라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 달 21일 올해 경영 목표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전년 말 대비)은 적은 곳은 52.3%, 가장 큰 곳은 376.5%에 달한다.
5대 은행 중 한 곳은 올해 자체 재원 가계대출 공급 계획으로 2000억원을 설정했는데, 이미 8000억원 가량 늘어난 상태다. 가계대출 문턱을 최대한 높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대출 자산이나 상품 비중이 다를 수 있어 이를 감안해 취급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은 일괄 적용되는 부분이라 동일하지만 최근 은행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은 가계대출 증감율 등을 고려한 부분이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찾는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과 협의해 관련 사안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명절 전 은행장들을 만나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상이했던 취급 자격요건 등을 손보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모든 기준을 통일하면 담합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고객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과의 균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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