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프로덕트테크·엠티아이지 “광물, 분말화 기술로 항균 신물질 전파”
[IT동아 차주경 기자]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공기청정기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이다. 가정은 물론 직장 일터, 건물과 교통 수단 등 사람이 있는 모든 곳에서 공기청정기가 활약한다. 공기청정기 가운데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필터식 공기청정기’다. 동작 원리는 공기를 흡입, 필터로 각종 오염 물질을 깨끗하게 거르고 다시 내뿜는 것이다. 그래서 필터식 공기청정기의 성능은 필터가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필터식 공기청정기의 필터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헤파(HEPA,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filter)필터다. 유리 섬유처럼 미세한 소재를 여러 겹 겹쳐서 공기 중 오염 물질을 거른다. 성능은 좋지만, 거른 오염 물질이 꾸준히 쌓이는 탓에 때마다 교체해야 한다. 가격 부담이 있고, 필터를 교체하는데 수고도 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환경 스타트업 프로덕트테크와 금속분말사출성형 전문 기업 엠티아이지가 각자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프로덕트테크는 세라믹 소재로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를 만든다. 광물의 고유 특성을 활용해서 공기 중 오염 물질을 거르는 원리다. 이 첨가제를 1회용 소재나 공기청정기의 필터에 적용하면 바로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발휘한다. 이를 위한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의 초미세 도금 기술 특허도 등록했다. 프로덕트테크는 이 기술들을 적용해서 만든 소재나 필터의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이 99.9%라는 점, 효과가 6년간 유지되는 점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프로덕트테크를 이끄는 박재민 대표는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의 제작 기술과 도금 기술을 차례로 상용화하고 적용 대상을 찾았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시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초 소재인 페인트, 플라스틱, 금속이다. 광물로 만든 프로덕트테크의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는 자체 실험 결과 1500℃ 고온(니켈 용융 기준)에서도 물성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페인트와 플라스틱에 그저 섞기만 하면 바로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금속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1500℃ 고온에서 물성이 바뀌지 않는다고는 해도, 이 소재를 금속에 용융해서 섞고 효과를 발휘하도록 이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려면 고도의 금속 분말 성형 기술과 이를 위한 사출, 소결 기술은 필수다. 그래서 박재민 대표는 도움을 받으려고 금속 분말 기술 전문 기업을 찾아 나선 끝에 엠티아이지와 만났다.
엠티아이지는 금속분말사출성형기술 기반 부품 제조 전문 기업이다. 주력은 티타늄 분말로 만든 부품이다. 티타늄은 강도와 물성, 내구성 모두 우수하고 인체에 무해한 소재다. 엠티아이지는 티타늄의 분말·소재화에서부터 사출과 성형, 부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기를 자체 소화하는 역량을 가졌다. 단순한 부품뿐만 아니라 복잡한 3차원 형상의 부품을 싼 가격으로 만드는 경험도 그렇다. 이 실력을 토대로 엠티아이지는 ISO 13485(의료기기 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서)를 손에 넣었고, 치과용 티타늄 임플란트 부품을 의료기기 전문 기업에 공급 중이다.
박지환 엠티아이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균·항바이러스가 금속 업계의 주안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서 엠티아이지의 장점이자 역량인 티타늄 소재, 부품 제조를 위한 분말 기술의 고도화를 시도 중이었다. 그러다가 박재민 대표와 프로덕트테크의 기술을 만났고, 엠티아이지의 역량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판단해서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박재민 대표는 처음에는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를 적용할 금속으로 스테인리스를 고려했다. 가격이 싸고 내구성이 우수해서다. 인체에 무해한 덕분에 인공 관절, 임플란트 등 신체에 이식하는 조직을 만들 때 쓰는 티타늄도 주목했다. 하지만, 티타늄 분말 기술로는 제품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했다. 그는 여러 금속 성형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던 중 박지환 대표를 만났다. 그리고 엠티아이지의 기술과 역량, 성과를 보고 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엠티아이지와 프로덕트테크는 먼저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를 티타늄 분말과 합쳐 양 소재의 특성을 살린 신소재를 만든다. 엠티아이지는 티타늄 분말 사출 성형 기술을 활용, 티타늄 부품의 제조 원가는 줄이고 공정 전반의 효율은 높인다. 프로덕트테크는 엠티아이지와 신소재 개발 연구를 함께 하며 상품 개발에 주력한다. 연구 개발 성과의 상품화와 신규 사업 타당성 분석은 양사가 함께 한다.
박재민 대표는 엠티아이지의 힘을 빌어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영구 발휘하는 생활 용품을 티타늄으로 만든다. 지금까지 생활·주방·위생 용품들은 대부분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대신 티타늄으로 이들 제품을 만들면 더욱 가볍고 튼튼해진다. 티타늄은 잘 마모되지 않고 위생도 좋다. 그는 여기에 항균·항바이러스라는 기능성을 더한다. 지금까지 생활 용품의 차별화 요소는 대부분 디자인, 브랜드 가치였다. 프로덕트테크는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는 물론, 생활 용품으로서의 성능에 소재 기능성이라는 또 다른 차별화 요소를 전달한다.
박지환 대표도 박재민 대표의 계획에 힘을 싣는다. 그는 생활 용품 가운데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가진 제품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양사가 힘을 합쳐 새 시장을 만들고 개척하며 성장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유형의 생활 용품을 의료 기기 부품에 이은, 엠티아이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삼을 구상도 한다. 박지환 대표는 신소재를 아웃도어, 인도어 부문으로 공급할 계획도 꿈꾼다.
협업을 결정한 양사 앞에 펼쳐진 길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프로덕트테크는 이제 막 돛을 올린 스타트업이다. 핵심 기술의 상용화와 개념 증명은 잘 마쳤다. 이제는 제품 생산 체계 구축과 판매처 확보, 영업 역량 고도화라는 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박재민 대표는 이미 항균·항바이러스 첨가제의 공급처와 제품 판매처를 일부 확보했다며, 이 곳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보급을 적극 늘릴 계획을 말했다.
박지환 대표는 협업을 색다른 도전이자, 티타늄 분말 사출 성형 기반의 소재 부품 제조 기술 리더십을 굳힐 기회로 본다. 프로덕트테크와 만들 새로운 생활 용품은, 지금까지 엠티아이지가 만들던 제품보다 크기가 크다. 제품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 설계와 같은 형상을 띠도록, 성형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정 과정 전반을 다듬어야 한다. 박지환 대표는 설계와 디자인 효율을 높여 새 제품을 원활히 만들고, 이를 토대로 엠티아이지의 티타늄 제품 제조 역량을 대외에 알릴 계획이다.
양사의 협업 결과물,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오랜 시간 유지하고 그 자체의 물성까지 우수한 생활 용품은 2024년 하반기에 등장할 예정이다. 프로덕트테크와 엠티아이지는 이 생활 용품이 성능 뿐만 아니라 가격 매력까지 가진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의 소재와 제조 기술력을 활용해서 항균 생활 용품이라는 새로운 부문을 만들고, 이 제품을 해외 시장에 소개할 청사진도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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