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임진왜란 때 유입? ‘조선 초에도 식용’ 증거 많다[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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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우리나라에서 음식 분야에는 통설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음식을 발전 계승해왔던 분들이 대부분 여성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부류로 취급당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50여 년 전 유전공학 개념도 없던 시대에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고추를 조사하지도 않고 세계 각국의 고추로 만든 음식도 먹어보지도 않은 대학 교수가 그저 지봉유설을 들이대며 만들어 낸 통설을 아직도 믿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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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우리나라에서 음식 분야에는 통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이다. ‘김치 역사가 150여 년밖에 안 된다’는 주장도 이 통설을 붙들다 보니 나온 것이다. 우리 음식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통설이다. 세계 어느 전통 발효 식품도 100∼200년 만에 자연적으로 탄생한 것은 없다.
소위 지식인들이 고문헌을 들이대고 만든 통설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재의 지리과학, 생명과학, 식품과학, 농경과 문화, 역사 측면에서 보면 성립될 수 없는 것이 많다. 만일 통설에 반하는 과학적인 주장들이 나오면, 기존 통설을 주장하던 학자는 증거나 데이터를 찾아 과학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확증편향적 신념으로 그럴듯한 또 다른 설을 만들어 통설을 붙들고 싸우려고 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얘기했듯이 ‘진리는 가장 쉽게 이해되어야’ 하지, 여러 가지 설을 동원해야 겨우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진리가 될 수 없다. 아쉽게도 대중은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설에 빠져드는 것이 유식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50여 년 전 유전공학 개념도 없던 시대에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고추를 조사하지도 않고 세계 각국의 고추로 만든 음식도 먹어보지도 않은 대학 교수가 그저 지봉유설을 들이대며 만들어 낸 통설을 아직도 믿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사람과 식물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며, 세계 식물의 분포도와 원산지까지도 게놈분석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말이다. 음식이라는 학문 분야가 참 복잡하고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인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승복하지 않고 확증편향적인 주장은 어느 학문에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음식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통설에 반하는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꺼내기도 참 어렵다. 한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냥 지나쳐버릴 일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사실 자체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언론에는 크게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거의 20여 년 전에 조선시대 초기 여성의 미라가 발견되었는 데 그 여성의 몸에서 고추씨가 나왔다. 통설을 믿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임진왜란 수백 년 전부터 많은 문헌에서 고추와 김치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한식에서 고추는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이다. 고추가 없으면 맛있는 양념을 만들 수 없었고, 고추와 양념이 없으면 김치가 탄생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김치 없이 한식을 말할 수 없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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