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써보세요" 무작정 택배부터…60만원 뜯겨도 신고 못 한다

김지은 기자, 박수현 기자 2024. 9. 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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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샘플 보내드릴게요. 한 번 써보세요."

홈쇼핑 업체로부터 화장품 샘플 체험을 권유 받았다가 60만원을 잃을 뻔한 것.

A씨는 "화장품을 갑자기 보내준다는 것부터 이상했다. 딸이 없었으면 나도 감쪽같이 속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 역시 "고객님 성함이 맞느냐" "집 주소로 화장품 샘플을 보내겠다" "이용해보고 설문지를 써달라" 등의 안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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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장품 샘플 보내드릴게요. 한 번 써보세요."

60대 여성 A씨는 최근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홈쇼핑 업체로부터 화장품 샘플 체험을 권유 받았다가 60만원을 잃을 뻔한 것. A씨는 "화장품을 갑자기 보내준다는 것부터 이상했다. 딸이 없었으면 나도 감쪽같이 속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여성 B씨 역시 지난 4일 홈쇼핑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씨 역시 "고객님 성함이 맞느냐" "집 주소로 화장품 샘플을 보내겠다" "이용해보고 설문지를 써달라" 등의 안내를 들었다. B씨가 "물건을 보내지 말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B씨는 "휴대폰, 주소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의문"이라며 "싫다고 거절했는데 진짜 집으로 택배가 올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노년층을 겨냥한 전화 판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설문조사를 해달라며 일방적으로 화장품 샘플을 보낸 뒤 본품까지 잘못 뜯으면 그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구조다.

샘플 옆에 또 다른 화장품… 실수로 뜯었는데 "60만원 주세요"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는 "우리 회사에서 신제품이 나온다" "샘플 보낼테니 이용해보고 후기를 써달라"며 이름과 주소를 요구했다. 업체가 보낸 택배 상자에는 고급스러운 포장 용기 안에 120ml짜리 큰 화장품 용기와 10ml짜리 작은 용기가 있었다.

박스 아래에는 이용 안내문도 깔려 있었다. 안내문에는 "10ml 화장품만 무료로 체험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또 "본품 120ml는 개봉하지 말고 눈으로 평가해달라"며 "본품과 제품 케이스는 평가 후 택배기사가 방문해 수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가 실수로 본품 120ml를 개봉하면 제품 가격 6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A씨 딸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반품 신청을 했다. A씨는 "어르신들은 안내문을 꼼꼼히 읽을 확률이 낮다"며 "샘플만 보낸다고 해놓고 본품까지 보내서 돈을 받아내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전화 판매, 경찰 신고도 어려워… "14일 이내 청약 철회 가능"

B씨는 지난 4일 홈쇼핑 업체로부터 화장품 샘플 체험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진=독자제공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화장품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817건이었다. 계약 관련 피해가 59.2%(4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10%(81건)는 화장품 샘플 체험했다가 본품 포장을 개봉했다는 이유로 대금을 청구한 사례였다.

화장품 전화 판매는 경찰에 신고하기도 어렵다.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해야 고소·고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건은 금전적 피해가 없어서 애매하다"며 "보이스피싱으로 구분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방문판매법 제11조에 따르면 소비자 청약 없이 일방적으로 재화 등을 공급하고 재화 등의 대금을 청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소비자가 재화를 구매하거나 용역을 제공받을 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도 전화로 재화를 구매하거나 강요하는 것도 금지된다.

전화 권유 판매로 제품을 구매했을 때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계약서가 없다면 방문 판매자의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무료로 제품을 준다고 하는 경우 사기성 판매일 가능성이 높다"며 "무료 체험 시 반품가능기간을 확인하고 구성품 중 본품의 포장을 개봉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서를 받아야 한다"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제품의 성분, 리뷰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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