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편, ‘고차방정식’으로 접근해야 [삼일 이슈 프리즘]
이수빈·허제헌 삼일PwC 지배구조개선센터 파트너
최근 두산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기업이 처한 외부 환경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달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 등을 위해 두산로보틱스 아래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두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동일하게 봤다는 이유로 반발했고,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담긴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이처럼 소액주주의 기업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양질의 깊이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구조 개편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규제환경 변화로 위축된 지배구조 개편
지난 30년간 국내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은 외부 규제환경의 변화와 함께 진행됐다. 1990년대 후반에는 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시작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배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된 것도 이때부터다.
2000년대부터 정부는 구조조정 촉진 및 소유지배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지주회사 제도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집단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업개편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완화해주거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자회사 배당 감세(익금불산입) 등 세제상 혜택을 제공했다. 정부의 지원 제도가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돕는 촉매제로 작용한 셈이다.
반면 최근에는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강화되고 세제상 혜택마저 축소돼 기업의 지배구조 또는 사업구조 개편 활동이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다. 2022년 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상장법인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됐다.
비(非)핵심 사업의 매각, 성장사업의 분리 및 투자 유치, 중복사업의 통합과 시너지 제고 등을 포함한 사업구조 개편은 기업 성장과 가치 제고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업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로 포스코그룹은 핵심 사업인 철강 사업의 물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주가 상승을 달성했다. 기업들은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 노조,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저항에 부딪히지만,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사업구조 개편의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성공적인 구조 개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개편 시 체크리스트
- 사업구조 개편의 목적은 무엇이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가?
- 상법, 자본시장법, 기타 사업과 관련된 법령 및 관련 규정상 제약요소는 없는가?
- 주주, 채권자, 임직원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반하는 요소는 없는가?
- 기업의 중장기 재무구조 안정성을 저해할 요소는 없는가?
- 세무상 특례 요건을 최대한 활용해 거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래구조인가?
사업 개편시 점검해야 할 두 가지 요소
기업은 사업 개편시 크게 이행가능성(Feasibility)과 수용가능성(Acceptability)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이행가능성은 사업 개편을 진행할 때 법률 및 제반 규정 측면에서 제약 요소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고, 수용가능성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들의 사업 개편 수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자의 범위는 크게 △투자자(Investor) △직원(Employee) △공공부문(Public) △비즈니스 파트너(Business Partner) △정부(Government) △소비자(Customer) 등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은 사업 개편에 대한 이들의 이해득실을 사전에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예전에는 기업이 사업 개편을 추진할 때 이행가능성에 주안점을 뒀던 반면, 최근에는 이해관계자의 수용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 성공적인 사업 개편의 선결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인해 사업 개편 과정이 중단되거나 철회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기업들은 변화무쌍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해당 산업, 규제환경 및 자본시장 등에 대한 대내외 전문가의 의견을 다방면으로 취합해 이해관계자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사업 개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기업을 둘러싼 경제 상황과 경영 환경이 점점 더 급변하고 있다. 예전의 지배구조 개편이 단답형 문제였다면, 지금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과 같다. 사업 개편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이해관계자의 수용가능성을 고려해 외부 규제환경에 대응한다면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큰아버지가 사실 아버지"…'굿파트너' 작가가 전한 불륜 사례
- "옆집 엄마도 쓰더라"…70만원 고가에도 '필수품' 됐다 [이미경의 인사이트]
- "내 돈 물릴라" 개미들 '공포'…한 달 새 3조원 넘게 빠졌다
- "45세 이하 대졸 여성만"…수영장 가입 조건에 '갑론을박'
- 카페서 과한 스킨십에 쫓아냈더니…무서운 10대 커플
- "요즘 나이키 누가 신어요"…러닝족 홀린 신발의 정체
- "이러다 줄줄이 터진다"…은행들 '초비상 상황'
- 14년 일한 공무원이 中 간첩이라니…'발칵' 뒤집어졌다
- "피 같은 120만원 어쩌나"…항공권 구매했다 '날벼락'
- 성심당 케이크 망가질까 걱정했는데…'대단한 아이디어' 엄지척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