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직접민주주의 오점인가"… 대거 발견된 '가짜 서명' 파문

신은별 2024. 9. 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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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를 자랑하는 스위스 명성에 균열이 생기게 됐다.

직접민주주의 요체인 국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의 서명이 필요한데, 수집된 서명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빅토르 로시 스위스 연방총리는 "국민투표를 유도할 목적으로 허위 서명을 수집한 혐의(사기 등)로 불상의 인물들을 연방검찰에 형사고발했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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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실시하려면 특정 인원 서명받아야
"서명수집 대행 업체, 가짜 서명 넘겼나" 의혹
검찰 수사... 총리 "직접민주주의 남용 말라"

직접민주주의를 자랑하는 스위스 명성에 균열이 생기게 됐다. 직접민주주의 요체인 국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의 서명이 필요한데, 수집된 서명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베른의 한 투표소에서 개표 직원들이 개표를 시작하고 있다. 베른=AP 연합뉴스

"7,000원에 거래한 서명... 대거 가짜 추정"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빅토르 로시 스위스 연방총리는 "국민투표를 유도할 목적으로 허위 서명을 수집한 혐의(사기 등)로 불상의 인물들을 연방검찰에 형사고발했다"는 입장을 냈다. 스위스에서는 1년에 4번 국민투표를 통해 시민들이 주요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국가 헌법을 개정하려면 10만 개의 서명이,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5만 개의 서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때 수집된 서명이 가짜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스위스 타미디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건 스위스 민병대 활성화를 주장하는 이니셔티브인 '시민서비스'다. 스위스에서는 시민단체 등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체 및 계획을 칭하는 이니셔티브를 발족시켜 서명 및 국민투표를 주도하곤 한다. 이니셔티브가 직접 서명을 모으기도 하지만 서명 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서명 수집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 서명 수집 대행 업체는 최소 12곳으로 알려졌다.

시민서비스는 지난해 서명 수집 대행 업체인 인콥에 서명 1만 개 수집을 맡겼다. '서명 1인당 4.5스위스프랑(약 7,109원)을 제공한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인콥이 제공한 서명을 확인해 보니 3분의 1가량이 허위로 추정됐다. △서명자 주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몇 년 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사람의 서명이 나타나거나 △특정 서명이 반복 등장하는 식이었다. 시민서비스는 스위스 법무부에 236페이지짜리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하며 해당 사실을 알렸고 연방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프랭크 테세모 인콥 최고경영자(CEO)는 사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국기. 게티이미지뱅크

국민투표 앞두고 커진 불신... "서명 대행 금지해야"

문제는 이러한 서명 조작이 업계 전반에서 관행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리실은 구체적 프로젝트를 적시하지 않은 채 "12개 이니셔티브에 허위 서명 정황이 있다"고 알렸다. 검찰 조사도 인콥에 한정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달 22일 연금 개혁 찬반 여부 등을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터진 서명 조작 추정 사건에 스위스는 발칵 뒤집혔다. 의회에서는 3년 전 부결됐던 '상업적 서명 수집 금지' 법안을 다시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스 총리는 "돈을 벌기 위해 서명을 위조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스위스 SRF방송에서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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