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하면 얼마나 차이가 날까

김경학 기자 2024. 9. 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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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조업 전체 전기요금 차이
적게는 매년 최소 7700억원, 최대 1조4000억원
한 시민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어느 지역이나 전기 사용자가 내는 요금은 같다. 주택용인지, 산업용인지 용도 등에 따라 전기요금 차이는 있지만 지역에 따른 차이는 없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경북 지역이나 원자력발전소가 하나도 없는 수도권 모두 같은 요금을 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인구와 기업 등의 수도권 집중이 점차 심화하며 비수도권에서 전력을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송·배전 등 계통에 큰 부담이 되고 송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이 지역에 따라 얼마나 비싸지고, 싸게 될지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5일 발표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요금 도매가격에 차등을 적용한다. 도매가격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전사업자에게 주는 가격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전이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전기요금을 소매가격이라고 하는데, 소매가격은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차등을 둘 계획이다.

지역별 차등을 두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요금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요금은 현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력 자급률은 해당 지역 내에서 생산하는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것으로, 쉽게 말해 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발전소 등이 많이 위치하는 지역이다.

보고서가 한전의 전력 통계 자료를 재구성한 결과,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자급률 가장 낮은 지역은 대전(3.1%)이었다. 서울(10.4%)과 경기(62.5%) 역시 자급률이 낮은 편이었다. 자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215.6%)이었다. 화력발전소 등이 많은 충남(213.6%)은 두 번째로 높았다.

보고서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내년 시행 예정인 산업용 전기 도매가격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킬로와트시(kWh)당 최소 19원에서 최대 34원이었다. 최대치로 보면 수도권은 17원 비싸지고, 비수도권은 17원 싸지는 것이다. 최소치로는 수도권은 9.5원 비싸지고, 비수도권은 9.5원 싸진다.

달라진 도매가격 격차를 34원으로 산정하고, 한전이 2026년부터 소매가격에 100% 전가하면 수도권 제조업체 전체가 내는 전기요금은 현재보다 약 1조3748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전자·통신 업종은 6248억원으로, 증가분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도매가격 격차를 최소치인 19원으로 산정하고 소매가격에 20%만 전가되면 수도권 제조업체 전체가 내는 전기요금은 7683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통신업종으로 좁히면 3491억원이었다.

보고서는 차등요금제 도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기업의 지역 이동이나 분산 등 유의미한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인력 확보 때문”이라며 “전력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전자·통신 업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속할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 기술 등이 발달하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전자·통신 업체가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면 매년 적게는 3000억에서 많게는 6000억원대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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