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尹과 李'…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결국 '네 탓' 설전만
박찬대 "헌법 준수는 하고 있나" 尹 직격
추경호 "수사·재판 개인이 대응하라"…李 비판
거부권-탄핵안으로도 신경전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여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끝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한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히 대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와 민주당의 연이은 탄핵안 발의와 청문회 추진을 서로 비판하는 부분도 주목할 지점이었다.
◆ '尹 대통령' 46회 언급 박찬대 vs '이재명 대표' 12회 언급 추경호
두 원내대표의 비판 대상은 뚜렷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정 운영 방식과 최근 불거진 친일 논란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고, 검찰의 명품백 사건 수사로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며 특검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재 여야의 극한 대립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방탄 정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박 원내대표는 연설 동안 윤 대통령을 총 46회 언급했고,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12회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나.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자해지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독립기념관장 김형석과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두 명의 반국가관을 가진 공직자를 즉각 해임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검찰독재와, 국정독주, 언론탄압 등을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박 원내대표는 지적했다. 또 검찰개혁을 언급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연설 중 주목할 부분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수사는커녕 황제 조사를 받으며 면죄부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 주가조작, 명품백, 고속도로 특혜, 국정농단 같은 범죄 의혹이 태산처럼 쌓여 있는데 그대로 놔두고 정상적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표적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정치 퇴행과 여야의 극한 대립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툭하면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며 극한대결에 몰두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용이라는 것, 현명하신 국민들께서 다 알고 계신다"며 "이 대표께 요청드린다.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놓아주시라.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히 대응하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만이 우리 정치와 국회가 정쟁에서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대표도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을 끌어들여 수사와 재판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속한 수사와 재판을 주문해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언급하면서 "범죄 피의자가 수사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입법 농단"이라며 "이 대표 사건 대부분이 민주당 내부 폭로로 드러났다는 사실 잊으셨나. 수사 대부분이 민주당 정권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잊으셨나"라고 물었다.
◆ "거부권만 21회" vs "탄핵 7건, 특검법 12건, 청문회 13번"
거부권 행사와 탄핵안 발의 숫자를 두고도 양당 원내대표는 기싸움을 벌였다. 박 원내대표는 "법률을 형해화하는 시행령 통치가 일상이 됐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1회나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이승만을 제외한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상수가 된 현실은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지층 30%가 아닌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나머지 70% 국민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윤 대통령에게 제언했다. 그는 "범야권 192석, 사상 첫 야당 단독 과반이라는 총선 결과는 국정기조를 완전히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이자 민심을 외면하고 국민을 겁박하는 대통령에 대한 회초리였다"며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여당 이전에 입법부의 일원이다. 국회의 입법권과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에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독단과 독선을 견제하는데 나서달라.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비판하고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다수 의석인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까지 가져갔다며 국회에서 폭주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0일 동안 야당은 탄핵안 7건, 특검법안 12건을 발의했고, 인사청문회를 제외하고도 13번의 청문회를 열었다"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 70여 년 동안 발의된 탄핵안은 총 21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탄핵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극히 예외적인 비상수단이다.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추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이 7건"이라며 "민주당이 일방적인 입법 폭주를 하지 않았다면 여야 간에 합의를 통해 통과된 법안이라면, 대통령이 왜 거부권을 행사하겠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입법부의 독주를 견제하라고 헌법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독주에 맞선 정당한 거부권 행사라는 주장이다.
◆ 의료대란 두고 다른 시각도
의료대란을 두고도 두 원내대표는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고 있다.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야는 물론 의료계와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고집 피울 때가 아닙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에 대통령과 정부도 동참하길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의료대란을 개혁의 한 과정으로 바라봤다. 그는 "의료 개혁의 목적은 필수의료를 정상화하고,지역의료를 살리자는 것이다.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대다수 국민들도 의료 개혁과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 어려운 개혁과제를 추진하다 보니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정부도 의료계와 전방위 소통을 해오고는 있지만, 더욱 마음을 열고 대화에 나서 주기 바란다"라며 "응급의료 공백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정부는 현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빈틈없이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추석 연휴의 응급의료 대비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생 법안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설치와 민생입법 패스트트랙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만큼은 정쟁은 내려놓고, 산적한 민생경제 현안을 챙기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온 힘과 정성을 쏟아 붓자"라며 "여야 간에 이견이 크지 않은 비쟁점 민생법안을 따로 분류해서 신속하게 처리하는 장치를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도 민생 회복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제안했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거듭 강조했다.
◆ "진영 대결 극대화…국감 때 더 설전 세진다"
통상 교섭단체 연설의 경우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향한 문제 제기를, 여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협치를 요구하지만 이번에는 여야 모두 서로를 향해 날선 반응을 보인 것이 특징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극단적 여소야대의 상황 그리고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 등이 이유로 판단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여당은 강력한 야당이 있는 경우엔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야당도 국민들 절대다수가 대통령을 반대하는데 굴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진영 간 대결이 극대화되고 있다"며 "대통령도 바뀌지 않다 보니 협치는 더욱 어려워졌다. 교섭단체 연설을 넘어 국정감사에선 더욱 여야의 신경전이 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인터뷰] 김수찬 父 "정말 어이없다"…모친 '충격 폭로'에 반응
- TF 출범에 법안 발의까지…'딥페이크 성범죄' 근절 나선 與野
- 韓 발목잡는 채상병 특검법…"리더십에 달려"
- [허주열의 경제로] '국민연금 개혁', 눈앞의 정답 두고 왜 돌아가려 하나
-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김혜경, 어두운 표정으로 검찰 출석 [TF사진관]
- 노소영 메모 공개 후…노태우 일가 씀씀이에 '은닉 재산 의혹'만 증폭
- 직장인, 지방의대생까지 '의대 도전'…고3·재수생 '전전긍긍'
- '남현희 조카 폭행' 전청조, 1심 징역 4년…"죄질 매우 나빠"
- 검찰, 유아인 징역 1년에 항소…"범죄 중대해"
- 신형 전기차 빼면 판매 '주춤'…현대차·기아, 판매 촉진 '안간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