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안 믿어”…본토서도 한국서도 인기 없는 中 주식

정민하 기자 2024. 9. 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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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떠나는 개미… 6개월 만에 1억달러 뺐다
美日 증시 활황에도 中 상해 지수는 6%대 하락
국내 상장 중국계 기업 75%는 ‘동전주’ 전락
솔직히 이제 중국 시장을 잘 못 믿겠어요.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인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겪으면서 중국 정부 입김에 시장이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죠. 이때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존재감도 옅어지고 있고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중국 경기가 살아난다고 했는데, 이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미국에 계속 투자하려 합니다.

30대 직장인 개인 투자자

중국과 관련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불신에 찬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보관 금액이 올해 들어 감소하는 한편, 한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동전주 상태다.

일러스트=김성규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지난 8월 중국 주식 보관 금액은 약 8억5100만달러(약 1조1400억원)로, 6개월 만에 1억달러 넘게 감소했다. 중국 주식 보관 금액은 3월 9억8400만달러(1조3100억원)까지 늘었다가 4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거래대금 역시 메마르고 있다. 8월 중국 주식 거래대금은 총 3000만달러(매도 1700만달러, 매수 1300만달러)로 2015년 7월(2800만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2월(1억1500만달러) 정점을 찍은 이후 5월 65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6월 7100만달러, 7월 7900만달러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8월 3000만달러로 고꾸라졌다.

그간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아왔던 중국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상승 동력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2022년 말까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 도시를 봉쇄했고,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이 철수했다. 시장은 봉쇄가 풀린 이후 중국 증시 반등을 점쳤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했다. 결국 상해 종합지수는 2022년, 2023년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활황이었던 올해는 더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해 종합지수는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6.4% 하락했다. 국내 코스피 지수는 2.8% 내렸는데 이보다 하락률이 크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13.8% 상승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10.7% 올랐다. 특히 8월 한 달간 상해 종합지수는 9.2% 하락했는데, 소비·투자·수출 등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린 영향이 컸다.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시장전망치(49.5)와 전월치(49.4)보다 낮았다. 지난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에 상장된 중국 회사들도 개인 투자자의 외면을 받긴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 22곳 가운데 중국계 기업이 12곳으로 가장 많다. 중국계 기업은 2007년 처음 한국 증시에 입성했다. 현재 모두 유가증권시장이 아닌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분식회계, 불성실 공시 등으로 절반 이상이 상장 폐지되면서다. 현재 중국 회사들은 2020년 게임사 미투젠(현 고스트스튜디오) 이후 상장 소식이 끊긴 상태다. 지난해 중국 펀중 미디어그룹이 최대 주주인 중국계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증시 문을 두드렸으나 이내 공모를 철회했다.

그나마 증시에 남은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동전주(株) 처지다. 4일 종가 기준 한 주당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곳은 12개 기업 중 윙입푸드, GRT, 피델릭스를 제외하고 9곳에 달한다. 이 중 4곳(오가닉티코스메틱, 골든센츄리, 씨엑스아이, 이스트아시아홀딩스)은 주가가 100원도 안 되는 십원주다. 3분의 1이 사실상 투자자의 관심에서 소외돼 거래조차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는 게 어렵고, 자진 상장폐지나 허위 공시 등을 반복해 시장 신뢰를 잃었다는 평이 많다”면서 “게다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무역갈등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 상승도 제한되고 있어 개인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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