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돌이·탄돌이...투표 한번에 300석 물갈이 괜찮나?
한철 바람 불 때 4년 임기 의원 전원 선거
함량 미달자들 다수 여의도 입성
주식도 분산투자가 철칙인데...
미 의회에 ‘탄돌이’ ‘막말러’ ‘저질 악법’’ 없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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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바람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론, 그리고 그 여론이 반영되는 선거판에는 큰 흐름이란 게 있어서 웬만하면 그 흐름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이 여전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 코로나 시기 100만 원 재난지원금 살포 계획이 발표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 물가 폭등·부동산 대란 속의 선거 등처럼 선거철 무렵 한국 사회의 공기(空氣)를 장악한 특정 이슈는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가합니다.
한국처럼 작은 사회에서는 특히나 이런 현상이 도드라집니다. 바람만 타면 누워서 떡먹듯 선거를 치를 수 있습니다. 북풍, 병풍, 탄풍이란 말도 있듯 탈 바람이 없으면 인위적으로 바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여든 야든 마찬가집니다.
22대 국회에서 ‘또라X’같이 ‘엑스(X)’표시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이 난무하고, 선출직이라는 직분을 오용해 공직자와 제복 입은 군인을 조롱하며 완장질하는 상식 이하의 일들이 연일 터져 이게 SNL코리아 코미디 프로인지 국회방송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일부 의원은 대정부 질문이나 상임위 회의 때 유튜브 쇼츠(Shorts)용 영상을 위해 더 크게 소리 지르고 자극적인 어휘를 쏟아내며 연출을 한다고 합니다. 회의장에 있으면 맥락 없는 과한 행동이고 뜬금 없지만, 쇼츠 프레임에 들어간 영상만을 보면 대단한 달변가나 전사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등 국내 반도체 회사의 경영이 악화일로에 빠지는 등 국가 산업과 경제가 위기인데도 국회 과방위는 관련 법안 처리는 뒷전이고 의원들끼리 삿대질하며 ‘왜 반발이냐’ ‘네가 먼저 했잖아, 아무개 씨’ 이러고 있습니다.
민생에 직결되는 주요 법안이 입법 공청회 한 번 제대로 열리지 않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21대 국회의 대표적인 악법인 임대차 3법도 우려 목소리가 컸는데도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돼 많은 중산층·서민층이 고통 받았습니다.
어릴 적 법이란 건 돌판에 새겨진, 만들기도 바꾸기도 쉽지 않는 단단하고 무거운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법은, 밀란 쿤데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가 되어 가는 듯합니다.
◆한철 선거 장사 안 되는 미 의회 시스템
한국 국회는 단 한 번에 의석 300석을 모두 교체해 새로 채웁니다. 일시적인 선거철 분위기, 당시 실세 등에 따라 임기 4년을 지낼 국회의원 전원의 얼굴이 바뀌는 것이죠.
한철 장사만 잘하면 16번의 계절을 속 편하게 날 수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벼락치기로 ‘몰빵’하는 선거 문화가 만연한 이유입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 의회 선거가 2년마다 치러집니다. 국민이 고용한 의원에 대한 인사 평가를 한국은 4년에 한번 하는 걸 미국은 2년마다 하는 거죠. 의원들이 자신들의 평가자인 유권자를 더 무섭게 여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 표정 다르고 나올 때 표정 다르다는 말이 선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두고는 길거리에서 허리를 90도 숙이는 것은 기본이고 이마가 신발에 닿을 듯 말듯 넙죽 엎드려 인사합니다. “한 번만 믿어달라”라고 눈꼬리를 내리고 두 손을 꼭 붙잡고 애원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선거가 끝나고 당선만 되면 거리와 시장 골목에서 싹 사라집니다. 목과 허리는 뻣뻣하게 굳어버리죠. 그렇게 4년 가까이 지내다 다시 ‘겸손한 척’ ‘간절한 척’하는 선거 모드로 ‘변신’합니다. 선거 주기가 2년이라면 감히 이런 식으로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곧 돌아올 선거를 유념하며 처신할 것입니다.
선거 당시의 분위기가 유리해 당선이 되더라도 의정 활동이 부실하거나 눈살 찌푸릴 논란을 계속 일으킨다면 2년 만에 찾아올 선거에서 가차 없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공화당 매디슨 코손(Madison Cawthorn) 전 노스캐롤라이나 하원 의원은 1995년생으로 2020년 선거에서 최연소 의원이자 유일한 90년대생 의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캐피톨 힐에 입성했지만, 가상화폐 코인 내부거래 의혹과 신체 노출 영상 촬영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재선에 실패하고 2년 만에 ‘배지’를 떼야 했습니다.
검찰 수사와 기소에도 4년 내내 보좌진을 거느리며 혈세로 고액의 연봉을 챙길 수 있는 구조인 한국의 국회였다면 코손은 단명하지 않았을 듯합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물결 속에 당선된 민주당 코리 부시 미주리 하원 의원도 재선 이후 심해진 부적절한 언행과 급진적 의정 행위로 최근 경선에서 당원들로부터 차가운 평가를 받고 떨어졌습니다. 임기가 4년이었다면 유권자들은 이 부끄러운 지역구 대표를 앞으로 2년이나 더 보고 있어야만 했을 것입니다.
우리도 ‘4년 철밥통’ 국회의원을 두는 것 대신 ‘2년 불안통’ 겪는 국회의원을 두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그렇다면 당 위원회에서 공천 심사를 할 때도 좀 더 신중할 것이고 선거 앞두고 일시적으로 이미지 덧칠하는 행태도 조금은 덜해질 것 같습니다. 선거 주기가 짧으면 금방 들통날 게 신경 쓰여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의 유권자 기만 행위를 하기 더 어려울 테니까요.
◆의석 ‘3분의 1′씩 2년 시차 두고 바꾸는 상원
미 의회는 특정 시기, 특정 세력에 의해 입법부가 오염되고 농락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겹겹이 갖추고 있습니다.
총 435명인 하원 의원은 2년마다 전원 새로 뽑고, 총 100명의 상원 의원은 임기는 6년이지만 2년마다 전체의 3분의 1씩 교체합니다. 선거 한 번으로 100명 모두 교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2년 주기로 3분의 1씩 총 3차례에 걸쳐 나눠 뽑는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의원 선거 때도 상원 3분의 1인 34명만 투표 대상이 됩니다. 4년 전과 2년 전에 선출된 66명(3분의 2)은 이번 선거철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죠. 주지사 50명도 2년마다 절반 정도씩 새로 선출합니다.
미 상원의 이러한 제도를 영어로는 ‘스태거드 텀(Staggered term)’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어로 ‘시차 임기제’라 번역할 수 있을 듯합니다.
미 의회 헌법 해설집을 보면, 이 제도의 취지는 “한 번의 선거로 상원 의원이 완전히 교체되는 것을 방지해 입법부의 경험과 지식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상원을 하원에 비해 심의 기능이 중한 기관으로 여겼다”면서 “그 비전에 따라 상원이 급격한 정치적 변화로부터 보호받고 안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선출 기간을 따로 두게 했다”고 합니다.
상원은 50주당 2명씩 뽑기 때문에 1명이 선거를 치르더라도 다른 1명은 임기 중인 상태입니다. 2명이 한꺼번에 선거를 치를 때 생기는 업무 공백, 그리고 만약 2명 모두 낙선돼 새로운 인물로 채워졌을 때의 인수인계 공백 등을 막는 순기능이 있다는 얘기죠. 또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의회가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등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2년마다의 선거는 입법부 내부 부패를 방지하고 내부 견제 기능도 살려서 권력 분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양원제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단원제이긴 하지만 ‘스태거드 텀’ 제도를 적용한다면, 의원 300명을 2년마다 3분의 1(100명)씩 뽑는 것입니다. 북풍이나 코풍 등 일시적인 정치적 바람에 입법부 구성원 300명 전원이 노출되지 않는 것이지요.
제가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조지타운대의 한 동갑내기 정치학 박사와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주식도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원칙 아니냐”면서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로 메이커(Lawmaker·입법자)’ 전원을 단 한 번의 선거로 정하는 건 정치적 리스크가 큰 것 같다”고 했습니다.
◆”권력은 사람을 부패하게 한다” 건국의 아버지들의 혜안
조지 워싱턴,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벤저민 프랭클린, 알렉산더 해밀턴, 존 제이 등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나라를 세울 때 권력이 어느 한쪽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이들은 영국 왕실과 귀족들의 권력 집중 문제를 경험하거나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입니다. 이에 1인 통치에 의한 폭정과 다수의 횡포의 위험성을 모두 경계했습니다. 양원을 두고, 상원 시차 임기제 등을 둔 것도 특정 시기와 특정 세력에 의한 권력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혜안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관련 책이 쏟아질 정도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편 외설에서는 미 의회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은 다니엘 월스 UC 산타크루즈 교수의 저서 ‘상원: 백인 우월주의에서 정부 교착 상태까지(버지니아대 출판부)’을 해제하겠습니다. 맨 아래 주소를 클릭해 들어가 이메일 주소만 넣으시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추신
앞서 약속드린 대로 수미 테리(Terry)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의 성(姓)이 왜 ‘테리’인지 뉴스레터로 보내드렸습니다. 뉴스 사이트에 노출되지 않고 외설 구독자님들께만 메일로 제공되는 비공개 레터였습니다.
수미 테리의 한국 이름은 ‘김(Kim) 수미’고 그의 어머니는 ‘이(Lee)’씨입니다. 누군가는 그의 전 남편 성이 ‘테리’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확인해 보니 아니었습니다.
그는 ‘테리’라는 성을 가진 남편을 둔 적이 없습니다. 현 남편은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Max Boot)이고요.
아직 그 의문을 풀지 못하신 분이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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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수미 테리의 가족사가 담긴 비공개 레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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