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검객 조은혜, ‘범죄도시’ 마동석 분장하던 스타일리스트였다
휠체어 검객 조은혜(39‧부루벨코리아)가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아쉽게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조은혜는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플뢰레B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의 베아트리체 비오에 2대15로 패했다. 비오는 2016 리우 패럴림픽과 2020 도쿄 패럴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딴 최강자다. 조은혜는 악전고투했지만, 세계 최강의 선수를 상대로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눈물을 펑펑 흘린 조은혜는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아직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음을 느꼈다”며 “더 많이 연구하고 분석해 다음에는 더 좋은 경기력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조은혜는 2017년 낙상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영화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굿바이 싱글’ 등에 출연한 배우들의 모습을 챙겼다.
대표작은 2017년 개봉해 680만명의 관중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다. 당시 조은혜는 분장팀장으로, 마동석 등 주요 배우들의 스타일을 책임졌다. 잘 나가던 스타일리스트로 영화 흥행에 힘을 보탰던 조은혜는 사고 후 영화계를 떠났다.
낙상 사고로 척수가 손상됐고, 하반신이 마비돼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휠체어를 탄 채로 영화 현장을 누비면서 배우들의 분장을 책임질 수는 없었다.
조은혜는 재활 과정에서 여러 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TV 뉴스를 통해 휠체어 펜싱을 접했다. 하얀색 펜싱복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모습에 반한 조은혜는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해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조은혜는 빠르게 성장했다. 펜싱 칼에 수없이 맞아 몸은 멍투성이가 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땄고, 2023 전국장애인체전에서는 3관왕에 오르는 등 한국 최고의 검객이 됐다.
동시에 장애인이 된 뒤 떨어진 자존감도 회복했다. 그는 “비장애인으로 생활할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승리의 희열을 느꼈다”며 “사고가 나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삶이다. 국가대표로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파리 패럴림픽에서 조은혜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5일 권효경(23‧홍성군청), 백경혜(24‧한전KDN)와 함께 플뢰레 단체전에 나선다. 6일에는 주 종목 에페에서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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