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꼬집은 김병환 금융위원장 “ETF 베끼기 등 단기 수익추구 치중···의결권 적극 행사해야”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업권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몇 년 사이 국내 자산운용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간접투자의 비중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내 자산운용업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자산운용업계는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 수수료 인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등 단기적 수익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기업 스스로가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산운용업계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특정 기업 등에서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비판받는 안건을 처리하려고 하는데도 자산운용사가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1분기 운용사 274곳의 펀드 의결권 행사 및 공시 현황을 점검한 결과 1분기에 처리된 1582개 안건 중 1124건(71%)은 의결권 행사 사유를 불성실 공시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114건(7.3%)은 운용사가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의결권을 불행사하거나 내부지침과 다르게 행사하는 등 불성실하게 행사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운용사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을 빠르면 올해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또 자산운용업계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며 “특정 자산 및 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증권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혁신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 금융에 편중돼 있다”고 비판했는데, 이런 문제가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을 활용하여 독창적이고 특화된 상품을 만들고 투자시장 저변을 넓혀달라”며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혁신기업이 모험자본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조속히 도입하기 위한 입법 노력도 경주하겠다”며 “사모펀드 시장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BDC는 개인투자자가 비상장 벤처기업과 혁신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 공모펀드다. 벤처업계에서는 제도가 도입되면 투자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지난 21대 국회때 야당 반대로 관련법 통과가 좌초된 상황이다. 이에 지난 7월 금융위는 22대 국회에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국민들의 생애주기에 맞는 자산관리 도우미 역할을 하라는 당부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운용업계가 안정적인 장기투자형 연금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며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퇴직 및 개인연금도 함께 혁신하고 이를 위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퇴직연금 샌드박스, 퇴직연금 갈아타기 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사모펀드 사태 등 논란을 딛고 신뢰받는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개인의 다양한 투자수요에 부응하는 자산관리자(Wealth Management)로 거듭나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자산운용사 CEO들은 김 위원장의 당부대로 혁신 중소 및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또 이달중 나올 밸류업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속히 출시하는 등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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