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신데렐라’ 신현빈 “이젠 ‘NO사연’ 캐릭터로”[스경X인터뷰]
배우 신현빈이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장르는 다르다. 하지만 무언가 풍기는 역할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렇다. 그는 또 한 번 ‘사연이 있는 여자’로 나선다. 어떤 요리든 확실한 느낌을 내는 향신료처럼, 신현빈이라는 배우의 안에는 복합적인 슬픔이 겹쳐나오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쿠팡플레이와 채널A에서 방송을 시작한 ‘새벽 2시의 신데렐라’에서 하윤서 역을 연기 중이다. 아이고메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1년 6개월을 교제한 후 헤어짐을 종용받는 재벌 3세-직장인 커플이 헤어짐을 통해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재벌이 등장하는 작품에 대한 익숙한 클리셰(뻔한 설정)가 있지만 비트는 부분이 있어 재미있게 느꼈어요. 헤어지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라 ‘역주행 로코’라는 말씀들을 해주시는데, 전개도 상당히 빠르고요. 신선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윤서는 극 중 배경이 되는 AL카드의 마케팅팀 팀장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어느 날 팀의 막내로 들어온 서주원(문상민)과 얽히면서 결국 교제를 했고, 나중에 회사 오너 3세라는 사실을 알았다. 주원의 어머니 종용과 본인의 자격지심으로 이별을 택하지만, 주원이 이번에는 본부장이 돼 다시 들이댄다(?).
“여러 설정에서 주원 캐릭터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으냐는 말씀도 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현실적으로 밀어내야 하는 과정은 설득력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밀어내는 과정에서 애정도 보여선 안 되고, 매몰차 보여서도 안 되는 그 ‘선’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이번 작품은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다. 2000년생인 문상민은 신현빈보다 무려 14살이 어렸다. 그도 그랬지만 전작인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모은 역할을 할 때는 13살이 많은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 위아래 간격, 그리고 27살의 차이 물론 평범하게 볼 순 없다.
“딱히 차이를 생각하며 연기했던 건 아니에요. 위아래로 나이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했고(웃음) 힘닿는 데까지 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저는 촬영장에서는 나이보다는 친구라는 개념으로 동료배우들과 잘 지내요. 마침 다음 작품에서는 동갑인 류준열씨와 연기를 하게 됐는데 뭔가 ‘정반합’이 맞는 기분이네요.(웃음)”
문상민과의 연기는 여러모로 재미있었다. 첫 만남에는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긴장하던 문상민이었지만 특유의 소탈하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은 신현빈에게도 활력이 됐다. 무엇보다 그의 191㎝에 달하는 큰 키 때문에, 신현빈도 작은 키(168㎝)는 아니었지만, 굽 높은 신발을 원 없이 신어보는 경험도 했다.
“주원이와 윤서가 헤어지는 조건으로 27번 밥을 같이 먹는데, 직장인이다 보니 밤 장면이 그리고 먹는 장면이 많았어요. 둘 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즐겁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사실 많은 음식을 먹다 보면 다 못 삼키는 상황이 생기지만 이번만큼은 다 맛을 보려고 애쓴 기억이 나네요.”
그가 그렇게 음식에도 ‘메소드 연기’를 했던 이유 중에서는 최근 새록새록 생겨나는 연기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물론 배우이고 일로서 연기를 하는 입장이지만, 최근 가족이나 지인들의 소중함이 더 커지면서 일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있다. 그의 지금까지 연기인생을 버티게 해준 것은 연기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장르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건 없어요. 다양하게 해보는 편이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안 해봤던 역할에 많이 끌리는 것 같습니다. 전작과 달라 흥미롭기도 하지만 어려워요. 하지만 어려워서 재미있고, 배우고, 이겨내며 다시 하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 ‘계시록’도 미스터리 요소가 있어 다르게 봐주실 것 같네요.”
데뷔 후 10년의 무명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로 크게 이름을 알린 신현빈은 ‘너를 닮은 사람’ 구해원, ‘괴이’ 이수진, ‘재벌집 막내아들’ 서민영,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모은 등 다채로운 얼굴의 인물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 인물들 역시 그 안에 나름의 사연을 다 품고 있었다. 하윤서도 그렇다. 말간 로코의 주인공 같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의 기억이 있고, 동생은 학교폭력을 방관한다.
“제게 ‘사연 전문’이라는 평가가 있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확고하게 계시는 캐릭터가 없고 있으시더라도 중간에 사라져요.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경우에도 화목해 보였는데 갑자기 엄마가 새엄마라는 사실을 알았어요.(웃음) 왜 한 번을 화목한 가정이 없을까 생각해보긴 했어요. 그래서인지 다음에는 화목한 가정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네요.”
‘새벽 2시의 신데렐라’에서 보이듯, 많은 연출자와 작가들에게 신현빈은 위아래 도합 27살의 나이도 맞출 수 있는 여유가 보이고 어떤 장르에도 복합적인 캐릭터를 맡길 수 있는 신뢰의 이름이 됐다.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에 들어가더라도 그만의 분명한 향기가 있는, 신현빈의 모습은 모두에게 ‘믿음’의 다른 이름이 되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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