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이라 생각해야" 총력전 선언…롯데가 김태형을 택한 이유, KT 휘몰아쳤던 작전-용병술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단기전이라 생각해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서 7-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7위 자리를 되찾았다.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지난 겨울 많은 변화를 가져간 롯데는 올해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4월 일정이 종료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승의 고지를 밟지 못한 팀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4일 경기 전을 기준으로 어느새 56승 3무 63패로 리그 8위까지 올라섰다. 8위라는 성적은 분명 실망스럽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팀과 간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 포인트.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KBO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명장. 단기전에서는 그 누구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경기 운용을 잘하는 김태형 감독은 최근 이른 시점에도 포수 자리에 대타를 기용하는 경우가 잦다. 손성빈, 정보근, 서동욱까지 세 명의 포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타선에서 가장 무게감이 떨어지는 자리에 과감히 대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단기전처럼 1승, 1승을 수확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4일 경기에 앞서 잔여시즌 선수 기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단기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있다. 6월이었다면 대타를 빠르게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확률적으로 높은 경기를 해야 한다. 상황이 되면 빠르게 대타를 써야 할 것 같다. 현재 대타를 쓸 수 있는 자리가 포수가 아니면 (박)승욱이 자리에 좌투수가 나오면 정훈이 대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는 4일 경기에 제대로 적중했다.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이 4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던 중 갑작스럽게 집중타를 맞는 등 1-4로 끌려가던 7회, 김태형 감독이 작두를 탔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야말로 휘몰아쳤다. 사령탑의 작전과 용병술은 3-4로 뒤진 7회말 무사 2루에서 시작됐다. 정훈이 추격이 적시타를 치자 대주자로 장두성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운 결과 나승엽의 안타에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4-4로 균형이 맞춰졌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지는 무사 1루에서는 동점타를 친 나승엽이 2루를 향해 달린 것. 4일 경기 전까지 통산 도루가 1개에 불과했던 만큼 상대의 허를 찌르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나승엽을 통해 확인한 결과 박승욱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했던 도루는 작전이었다고. 나승엽의 도루 이후 박승욱이 안타를 터뜨리면서 1, 3루 기회가 마련되자, 김태형 감독은 포수 정보근 자리에 '특급대타' 이정훈을 투입했다. 그리고 3루 주자였던 나승엽을 빼고 신윤후를 넣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든 홈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 이때 이정훈이 김민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은 계속해서 5-4로 앞선 무사 1, 2루에서 1루 주자를 김민석으로 교체했고, 윤동희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지시했다. 그런데 이때 KT 3루수 오윤석이 번트가 수행됐을 때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홈을 향해 뛰어들었는데, 이때 3루 베이스가 비어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은 박승욱이 도루에 성공하면서 1, 3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윤동희가 3루수 방면에 타구를 보낸 결과 주자들의 발을 의식한 KT 오윤석이 포구 실책을 범하면서 한 점을 달아났다. 또다시 작전, 대주자 카드가 통한 것. 또다시 승부수가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작전과 대주자 기용 등으로 KT의 혼을 빼놓은 결과 롯데는 7회에만 무려 6점을 쓸어 담으며 주도권을 손에 쥐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리드를 지켜내면서 7위 탈환에 성공, 5위 KT와 격차를 2경기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모든 선수들이 작전을 잘 수행해 준 것도 있지만, 작두를 탄 듯한 김태형 감독의 판단이 만들어낸 승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기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총력전을 선언한 김태형 감독. 롯데가 2017년 이후 무려 7년 만의 가을야구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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