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병호가 말하는 400홈런-20홈런의 의미, 그리고 자신의 네번째 팀 삼성과 우승을 향한 열망

김하진 기자 2024. 9. 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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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삼성 박병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4일 대구 두산전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삼성 박병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3일 대구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399개를 친 뒤 삼성 박병호(38)는 자신의 400홈런 기록 달성을 은근 의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대구 두산전에서 첫 타석에서부터 큰 타구를 날렸을 때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뛰었다. 공이 담장을 넘긴 걸 확인하고 나서야 박병호는 안심할 수 있었다. 기록 달성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동료들을 바라봤을 때에는 뭉클함까지 느껴졌다.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이승엽 두산 감독, 최정(SSG)에 이어 KBO리그 역사상 400홈런을 달성한 세 번째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선수로 뛰던 현역 시절 2015년 6월3일 포항 롯데전에서 이 기록을 달성했다. 박병호는 이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기록을 이었다. 심지어 이 감독이 바라보는 앞에서 쏘아올린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4일 두산전을 마치고 400홈런에 대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데뷔 후 6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하며 홈런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면서 400홈런에 대한 열망이 점차 커졌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 개수가 300개 후반으로 접어들자 400개를 달성 못하고 은퇴하면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고 했다.

박병호는 개인적인 목표를 잡아두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400개는 돌파해서 은퇴하고 싶다라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재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은 최정이 기록한 491개다. 최정의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어 이 감독은 현역 시절 기록한 467개의 홈런이 2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박병호가 그들의 뒤를 따른다. 최정과의 격차는 크지만 이 감독의 기록은 넘볼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박병호는 그 이상의 기록은 원하지 않는다. 그는 “사실 내년 시즌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입장이지 않나.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매일 ‘내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곤 했다”며 “당장 이승엽 감독님 기록을 넘는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냥 400홈런을 돌파한 것만으로 크게 만족한다”고 했다.

타격하는 삼성 박병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 감독이 은퇴하기 전 함께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는 박병호는 “저에게 홈런치는 방법 등 조언들을 많이 해줬다”며 “이 감독님과 최정과 같은 400홈런 대열에 들어간 것만으로 굉장히 뿌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솔직히 다 끝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400홈런만큼 만족한 기록이 있다. 이날 박병호는 시즌 20호 홈런을 달성했다. 2012년 넥센(현 키움)에서 31홈런을 친 뒤 2022시즌까지 9시즌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던 그였지만 지난해에는 18홈런에 그치며 이 기록이 끊겼다. 다시 20홈런 고지를 밟은 그는 “작년에 20홈런 기록이 깨져서 많이 아쉬웠다”며 “내가 장타력이 떨어지면 올시즌 초반처럼 얼마든지 또 부진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다시 20홈런을 돌파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5월 말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던 그는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986년생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그는 삼성이 그의 야구 인생에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하고 뛴다.

개인적인 목표를 이룬 박병호는 팀이 바라는 곳을 향해 함께 뛰어가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이 팀 선수들과 한국시리즈를 가서 우승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박병호는 수많은 가을야구 경험이 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반지가 없다. 삼성에서 우승에 대한 한까지 푼다면 박병호로서는 올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다.

삼성의 일원이 되어 직접 팀 분위기를 느껴본 박병호는 “밖에서 바라봤을 때에는 잘 몰랐던 팀이었는데 와서 보니까 어린 선수들과의 조합이 굉장히 좋다”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킬 건 지킨다. 구자욱이 주장으로서 역할을 잘 하고 야수 최고참 강민호 형이 분위기를 이끌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했다.

박병호도 김영웅, 이재현, 김지찬 등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고 있다. 그는 “나도 원래는 뒤에서 서포트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나서서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 분위기에 동참하려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삼성 박병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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