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폭풍 오열' 손흥민-'초짜 감독' 홍명보...이제는 한국 축구 '새 도전' 선봉장
[포포투=김아인]
벨기에전 종료 휘슬이 울리던 순간. 막내 손흥민은 아쉬움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고, '초짜' 홍명보 감독은 16강 도전을 실패로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딱 10년이 지나 두 사람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맞대결을 치른다. 이후 대표팀은 10일 오만 원정을 떠나 2차전을 갖는다.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에 대표팀을 이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최종 예선을 통과했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임시로 대표팀을 지휘했던 최강희 감독이 스스로 떠나면서, 축구협회는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택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역사상 첫 메달을 딴 성과가 있었지만, 성인 대표팀 감독은 처음이었기에 우려의 시각이 컸다. 결국 본선에서 만난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에 1무 2패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시간이 흘러 홍명보 감독이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 2월 아시안컵 성적 여파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 5개월의 시간을 거쳐 홍명보 감독이 차기 사령탑 자리에 앉았다. 선임 과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홍명보 감독이 2027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과거 월드컵 경험이 자신에게 평생 후회가 됐고,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손흥민에게도 10년 전 월드컵은 쓰라렸다. 22세의 어렸던 손흥민은 대표팀 막내였다. 러시아와 1차전에서 선발 출전했고, 알제리전에서는 득점까지 했다. 그러나 혼자서는 모든 걸 막을 수 없었다. 평소 승부욕이 강하기로 소문난 손흥민은 그 시절 자기 감정에 충실했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면서 서러운 얼굴로 선배들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흘렸고, 홍명보 감독은 그를 감쌌다.
10년 후 두 사람은 크게 성장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 되었고, 프리미어리그(PL) 최정상급 공격수로 거듭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의 캡틴으로서 A매치 통산127경기 48골을 넣으면서 역대 출장 기록 공동 4위, 역대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에서 행정가 시절을 보냈고, 울산 HD에서 K리그 두 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는 한국 축구의 새 도전을 이끌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풀어야 할 과제는 확실하다. 선임 과정 논란으로 인해 비판 여론이 크게 확산됐다. 최종 예선에선 대부분 한국보다 열세의 전력인 팀들을 만난다. 첫 상대는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이다. 결과는 물론 과정까지 잡을 필요가 있다. 홍명보 감독은 “첫 경기인 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할 것이다. 첫 시작이기에 득점도 많이 하길 바라겠지만, 승리에 초점을 두겠다. 첫 경기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각오를 전했다.
주장 손흥민이 짊어지던 무게를 나눠 들겠다고도 이야기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10년 전 위치는 한국 축구 미래를 짊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그때 생각한 것 처럼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가졌던 무게감은 나눠서 쥐고 싶다. 필요 이상의 책임감에서 벗어나 본인의 역할을 잘 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활약이 필요한 홍명보 감독이다. 손흥민은 팔레스타인전에서 여러 기록을 쓸 수 있다. 대표팀 역대 최다 출전 단독 4위에 오를 수 있고, 2골을 더 넣으면 득점 2위 황선홍 감독이 세운 A매치 통산 50골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손흥민은 “그런 걸 신경쓰기 보단, 대표팀에서 어떻게 최고의 결과를 얻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에 영광스럽게 느낀다. 역사적으로 기록을 만들 수 있는 날을 승리로 장식해서 기억 속에 오래 남길 바란다”고 다짐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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