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가자협상 비관론…미 “이번주 안에 새 제안”
미국이 가자전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해 며칠 내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협상 관여자들 사이에서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두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상가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 수정된 초안이 나올 수 있다”며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의 중재 하에 협상 중인 합의문 초안은 총 18개 문장으로 구성됐으며, 그중 14개 문장은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90%는 의견일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남은 두 가지 주요 쟁점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 군대를 철수시킬지와 이스라엘 인질과 맞교환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이다.
로이터는 “수정된 계획은 양자택일식 최종 제안이 아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미국은 휴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액시오스 등은 미국이 양자택일식 최종 제안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최대 난제는 필라델피 회랑에서의 이스라엘 철군 여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3단계로 이루어진 협정안에 이미 일부 동의했는데, 42일간의 1단계 휴전 기간에 ‘이스라엘이 가자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다. 필라델피 회랑을 인구 밀집 지역으로 간주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미국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 군대가 철수해야 할 지역과 남을 수 있는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카타르에서 열린 협상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42일간의 1단계 휴전 기간에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에 주둔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면서 협상은 난관에 봉착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이스라엘 내부에서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군사적 관점에서 필라델피 회랑에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하마스의 무기 밀반입을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라델피 회랑 주둔 외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이미 하마스에 충분한 타격을 줬기 때문에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같은 공격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좌절감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협상에 참여한 여러 국가의 현직 및 전직 관계자들 사이에서 “합의 가능성에 대한 비관론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길이 14㎞, 너비 100m 좁은 지역으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곳을 통해 무기를 밀수한다고 본다. 이스라엘군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군하며 이 지역에서도 철수했는데, 가자전쟁 발발 7개월 뒤인 지난 5월에 이 지역을 재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재장악 이후 국경 아래에서 약 24개의 밀수 터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지난 10년간 1500개 이상의 밀수 터널을 파괴했다’며 이런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디아 라슈완 이집트 국가정보국장은 “어떠한 밀수 작전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군의 주둔이 1979년 맺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 조약을 위반한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이 영구적으로 주둔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는 지난달 31일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6명 가운데 2명의 생전 모습을 4일 추가로 공개했다. 인질 영상 공개는 지난 2일부터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97명의 인질이 여전히 가자에 억류되어 있으며, 그중 64명만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아랍 중재국가들은 하마스가 ‘여성 12명과 노인, 부상자 등을 합쳐 생존한 인질이 30명도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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