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평균기온·열대야일수 지붕 뚫었다

이채린 기자 2024. 9.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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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8월 15일 밤 반포대교 아래에서 시민들이 분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올해 여름 평균기온과 열대야일수 모두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폭염일수는 평년보다 13.4일 많은 24일로 3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여름철(6~8월) 기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올 여름철은 높은 기온과 열대야 기승, 장마철 집중호우, 7월 하순 이후 적은 강수가 특징이었다.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23.7℃)보다 1.9℃ 높았다.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 이래 1위를 기록했다. 직전 1위였던 2018년 25.3℃를 0.3℃ 차이로 제쳤다. 3위는 2013년 25.2℃, 4위 1994년 25.1℃, 5위 2023년 24.7℃였다. 

기상청은 6월 중순 이후 기온이 꾸준히 평년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비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는 장마철 기간에도 기온이 대체로 평년보다 높았다.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습도가 높아지고 밤사이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발생했다.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는 장기간 따뜻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이중으로 덮었다. 맑은 날이 많아 낮 동안 강한 햇볕으로 높은 기온이 지속됐으며 8월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8℃ 높았다.

올 여름철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 또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열대야일수는 20.2일로 평년(6.5일) 대비 3.1배에 달했다. 전국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총 36곳에서 올 여름철 열대야일수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서울은 39일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은 34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해 열대야 연속 발생일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4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으며 평년(10.6일)보다 2.3배 많았다. 폭염일은 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을 말한다. 전국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총 10곳에서 올 여름철 폭염일수 역대 1위를 경신했고 서울은 27일을 기록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폭염이 발생했다. 

올해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2.7mm로 평년(727.3mm)보다 적었다. 1973년 이래 39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평년 강수량의 82.5% 수준이다.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여름철 비는 50%가 장마철에 내리는데 올해는 장마철에 더욱 집중됐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여름철 강수량 중 78.8%(474.8mm)가 장마철에 내렸는데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이다.

올해 장마는 6월 1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7월 27일 전국에서 동시에 종료된 것으로 분석됐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474.8mm로 평년(356.7mm)보다 32.5% 더 많이 내렸다. 

이번 장마철 강수는 좁은 영역에서 강하게 내리는 특징을 보였다. 1시간 최다강수량이 100mm를 넘는 사례가 9개 지점에서 관측됐다. 지난 7월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는 1시간 최대 강수량이 무려 146mm를 기록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수증기와 한반도 북쪽에서 유입된 상층의 찬 공기가 정체전선상에서 충돌했다. 이 영향으로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리는 비가 자주 발생했다. 

한반도 해역 여름철 해수면온도는 23.9℃로 최근 10년인 2015~2024년 평균인 22.8℃보다 1.1℃ 높았으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올 여름철을 다른 특징을 보인 두 시기로 나누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기후인자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많은 비와 높은 열대야일수가 발생한 6월 하순~7월 중순과 적은 비와 고온을 기록한 7월 하순~8월 하순으로 나눴다. 

6월 하순~7월 중순은 열대 서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가운데 대류가 활발한 시기였다. 상승한 공기가 대만 부근의 아열대 지역으로 하강하며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했다. 

한반도 서쪽에 머물던 다량의 수증기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좁게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정체전선에 수증기를 공급했고 덥고 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밤에도 기온 하강이 둔화되어 평년보다 훨씬 많은 열대야가 발생했다.

또한 장마철 기간 내내 약한 비가 꾸준히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강한 비가 좁은 지역에 단시간에 쏟아지면서 비에 의한 온도 하강 효과도 적었다. 

7월 하순~8월 하순에는 북서태평양에서 태풍 등에 의해 대류가 활발했고 북태평양고기압은 평년보다 북상하여 한반도까지 확장했다. 인도 북서부에서도 대류 활동이 증가하면서 티베트고기압이 발달하며 한반도 북동쪽까지 확장했다. 

당시 한반도 상공에는 2개의 고기압이 동시에 머무르며 함께 영향을 줬다. 이로 인해 상층 제트류는 평년보다 한반도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맑은 날이 이어져 기온이 오르고 강수가 적었다.

한편 8월 하순 태풍 ‘종다리’와 ‘산산’이 한반도 주변을 통과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공급돼 늦여름까지 열대야가 이어졌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올여름은 장마철에는 집중호우가 내렸고 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극성을 부려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피해를 겪었다”라면서 “기후변화로 한국의 기후 특성마저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기상청은 이상기후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분석 역량 강화를 통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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