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미 대선 후보들 ‘US스틸’ 매각 반대에 매입 불발될라 긴장

홍석재 기자 2024. 9. 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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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제철 건물 앞에 회사 로고가 적혀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미국 철강 회사 유에스(US)스틸 인수를 추진하는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의 매각 불허 전망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법에 근거해 적정한 심사를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유에스스틸의 매각 반대 입장을 잇따라 내놓자 일본제철 쪽은 인수계약 마지막 단계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교도통신은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유에스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려 준비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와 관련, 일본제철 쪽이 “(미국의 경제안보 등) 안전 보장과 관련한 우려 등에 관해 심사하고 있는 미 연방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법에 따라 적정한 심사를 해줄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제철 쪽은 또 “아직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로부터 심사결과를 받지 못했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유에스스틸 매각으로 인해 (미국) 국가안보상의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전달해 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18일 141억달러(약 18조8천억원)에 유에스스틸 인수 계약을 체결해 최근 최종 계약 단계까지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유에스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직 권고안을 전달하지 않았지만, 다음 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에스스틸은 미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기업의 하나다. 1901년 제이피(J.P.) 모건과 앤드루 카네기 등이 설립해 100여년 가까이 국제 철강 시장을 주도했다. 한때 모든 산업을 통틀어 세계 최대 기업 자리까지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철강 분야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데다,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등에 밀리면서 지난해부터 미국 내 경쟁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를 비롯해 여러 회사와 인수 검토 작업을 벌인 바 있다.

결국 일본제철이 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철강 산업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를 대며 매각 반대 분위기가 형성돼 막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둔 가운데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국철강노동조합(USW)까지 매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일본제철로서는 상황이 꼬여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85만여명 조합원을 보유한 미국철강노조가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인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며 “미국 내 매각 반대 분위기 배경에 11월 대선에서 ‘표 끌어모으기’가 있다”고 풀이했다. 유에스스틸과 미국철강노조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생산기지가 모인 ‘러스트 벨트’에 위치해 대통령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격전지로 꼽힌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세에서 “유에스스틸은 미국 소유로 남아야 하고 미국이 운영해야 한다”며 “난 언제나 미국 철강 노동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외국 기업인 일본제철에 유에스스틸의 일본제철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인수 계약 체결 직후였던 지난해 12월엔 백악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나서 “바이든 대통령은 상징적인 미국 기업을 외국 기업, 그게 아무리 가까운 동맹국의 기업이라고 해도 국가 안보와 공급망 신뢰도에 끼칠 잠재적인 영향을 생각할 때 매각을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유에스스틸 쪽은 일본제철과 매각 계약이 무산될 경우,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를 이전해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제철이 올해 안에 유에스스틸 인수 완료를 목표로 미국 정치인과 이 회사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다만 ‘인수 반대’ 여론이 미 대선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 인수 협상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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