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여성 근위대장 김지우 “몸 사리는 배우 보면 짜증”

이강은 2024. 9. 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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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주인공 오스칼 역 열연
일본 인기 동명 만화 원작의 초연 창작뮤지컬
“오스칼에 대한 관객들 환상 깨트리지 않도록 최선 다해 연기”
“작품 배경이 프랑스여서 그렇지 대한민국을 빗대면 우리 이야기될 수 있어”
 
“저도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고 자란 세대인 만큼 오스칼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검술과 무술을 잘 하는 데다 인류애도 있고 잘 생겼으면서 예쁜 근위대장’. 오스칼에 대한 관객들의 환상을 깨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만난 배우 김지우(41)는 주인공 오스칼 역으로 열연 중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득 내비쳤다. 이 작품은 이케다 리요코의 일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초연 창작 뮤지컬이다. 순정만화의 고전으로 불린 원작은 1972∼1973년 연재 이후 누적 20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베르사유 궁전 근위대장이 된 귀족 출신 남장 여인 오스칼의 삶과 프랑스 혁명기에 피어난 비극적 사랑, 인간애 등을 다룬 이야기이다. 오스칼은 왕실 가족과 귀족 등 권력자들을 보호하다 그들의 사치와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고 시민 혁명군에 합류한 뒤 정부군 총탄에 맞아 전사한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오스칼 역을 맡은 김지우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김지우는 “워낙 방대한 원작 내용을 공연 분량으로 압축하다 보니 관객 분들이 빈틈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메꾸도록 모든 배역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연한다”면서 “노래와 연기가 조화로운 작품이라 재연, 삼연 등 (보완하며) 갈수록 단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연 때는 특히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백작 페르젠의 존재감이 드러나길 바랐다. 오스칼과 왕비, 페르젠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없다시피 해서 관련 장면 연기가 쉽지 않고 관객들에게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면서다.
원작에서는 오스칼이 왕비의 연인 페르젠을 짝사랑하다 뒤늦게 앙드레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의 비중도 크지만 뮤지컬에선 느닷없이 나타나 짧게 밀회를 나누다 오스칼 눈에 띄는 장면 정도다.   

김지우는 200여년 전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지금 관객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가도록 많은 고민과 공부를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프랑스 혁명 당시 상황이 우리가 사는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어느 시대나 세계에 혁명이 존재했듯 지금도 모두가 알게 모르게 속에서 많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경이 프랑스여서 그렇지 대한민국을 빗대면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죠.” 그러면서 이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차별과 갈등, 분열 극복을 위한 ‘사랑’의 중요성 같다고 해석했다.
김지우가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주인공 오스칼 역을 맡아 공연하는 모습. EMK뮤지컬컴퍼니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김지우는 2005년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계에 발을 디뎠다. 20년 가까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간판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방송 활동을 하는데 비슷한 느낌의 역할만 맡으니 ‘과연 내가 이 다음에 뭘 할 수 있지’라는 한계를 느꼈다”며 “정말 연기를 하고 싶어 뮤지컬에 도전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연극적인 작품으로 연습 과정도 힘들었던 ‘베르사유의 장미’를 통해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감정들을 경험하고 좀더 배우게 됐다”며 “(뮤지컬 배우로) 20년이 되가는 내게 참 의미 있고 감사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우는 오스칼 역을 맡으면서 유난히 여성 팬이 많아진 것도 좋아했다. “여성 팬들에게 사랑 받는 배우들이 부러웠는데, 이번 작품으로 같은 여성한테 사랑받고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묘해요.(웃음) ‘예쁘다’는 칭찬보다 ‘멋있다’는 소리가 군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인 것 같아 뿌듯합니다.”

관객들이 비싼 표값을 아까워하지 않도록 마지막 공연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지우는 “저도 티켓값이 17만원, 18만원 하는 공연을 보러가곤 하는데 배우가 아끼는(몸 사리는) 모습 보면 짜증이 난다. 관객들은 소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 보면서 추억을 남기는 만큼 대충하고 싶지 않다”며 “제가 가진 에너지를 다 쏟아내 후회하지 않는 공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0월1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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