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지하드'…"이란 허위정보, 미국 대선 최대 위협"

김문성 2024. 9.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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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온라인 공작 네트워크 활용…트럼프 백악관 복귀 견제"
"美사회 불안·폭력 선동해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노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에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이란의 허위 정보 유포 활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이란이 은밀하게 퍼뜨리는 허위 정보가 미 대선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혁명수비대 위장회사도 동원"

이란은 이와 관련, 방대한 공작원과 해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이 중에는 이란 최정예 부대 혁명수비대(IRGC)가 통제하는 위장회사들도 있다고 NYT가 이란 당국자 등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 정부와 IRGC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일부는 가명으로 된 개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란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정보 작전을 위해 자국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대학 졸업생을 스카우트해 높은 급여와 연구 자금, 사무실을 제공한다.

중동에 초점을 맞춘 미국 인권단체 미안그룹의 디지털 권리 및 보안 책임자인 아미르 라시디는 "정보·선전 분야에서 이란의 전략은 IRGC가 중동 전역의 이란 대리세력(친이란 무장단체)을 관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며 "이란은 점진적이지만 강력하게 침투해 장기전을 벌인다"고 설명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011년 사이버공간을 정보 지하드(성전)의 새로운 개척지로 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메네이는 사이버공간 최고위원회를 설치해 국익과 이슬람 사상을 증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유세 도중 주먹 쥐어 보이는 트럼프 (해리스버그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대선 유세 도중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4.08.01 passion@yna.co.kr

트럼프 재집권 견제 의도 강해…허위정보 유포에 AI 활용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은 이란이 미 대선 개입에 러시아 못지않게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인 2018년 이란과 서방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그는 2020년에는 IRGC 산하 쿠드스군 지휘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암살을 명령했다.

이란의 허위 정보 작전에는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막으려는 의도가 짙게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에 따르면 이란의 정보 공작용으로 보이는 최소 5개의 웹사이트가 등장했으며, 이들 사이트의 콘텐츠 공급에 인공지능(AI) 도구도 사용됐다.

이중 '니오싱커'(NioThinker) 사이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MAGA 중국 상점의 오피오이드 알약을 먹인 코끼리", "미친 소송가"라고 부르는 글이 올라와 있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이며 오피오이드는 미국에서 사회문제로 커진 마약성 진통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민형사 소송에도 얽혀있다.

문제의 사이트는 사회문제와 사법 리스크를 엮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이란 공작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고문인 로저 스톤의 이메일을 해킹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란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중도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후보직을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캠프 해킹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올해 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시위를 선동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사용했으며 공작원들이 재정 지원을 하고 학생으로 가장했다는 것이 미 정보당국의 평가다.

해커(일러스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 큰 목표는 러·중 같은 지정학적 강대국 지위"

더 나아가 미국 사회의 분열과 민주주의 체제 약화를 노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보당국 수장인 에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최근 "이란은 (미국의) 불화를 조장하고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약화하려 한다"며 "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MS 위험분석센터의 클린트 와츠 소장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란이 올해 3월 이후 더 극단적인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대선 결과에 의구심을 품도록 정치인과 집단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복수의 이란 당국자는 미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되든 개의치 않는다며 이란에 대한 적대감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더 큰 목표는 미국에 불안의 씨를 뿌리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이란을 지정학적 강대국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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